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주저앉았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1.63명)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은 24일 발표한 ‘2020년 출산·사망통계(잠정)’에서 지난해 총 출생아 수가 27만2400명으로 전년보다 3만300명(10.0%) 감소했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도 0.84명으로 전년(0.92명)보다 0.08명(8.7%)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2018년(0.98명)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데 이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모(母)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출산율(해당연령 여자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이 줄었다. 25~29세(30.6명)와 30~34세(79.0명)에서 각각 14.0%, 8.0% 급감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20~24세, 25~29세의 출산율이 각각 16.5명에서 6.1명으로, 79.7명에서 30.6명으로 반토막 났다. 주로 비혼·만혼의 영향이다. 그나마 35~39세 출산율은 2016년까지 늘었으나, 이듬해부터 4년째 감소세다.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출산을 꺼린다는 의미다.
출산 순위별로 둘째아 이상 출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둘째아와 셋째아 이상 출생아 수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면서 전체 출생아 중 첫째아 비중은 56.6%로 0.9%포인트(P) 확대됐다.
지역별로 합계출산율은 서울이 0.64명으로 전국 최하를 기록했다. 1위인 세종(1.28명)의 절반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도지역의 합계출산율(0.94명)이 시지역(0.74명)보다 높았다. 전남·제주 등에서 다문화 혼인·출산이 늘어서다. 시지역은 전반적으로 20·30대의 미혼율이 높다.
반면, 사망자 수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만5100명으로 1만 명(3.4%) 늘었다. 최근 10년간 사망자가 전년보다 감소한 해는 2013년, 2019년뿐이다. 사망자 증가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다. 연령대별로 90세 이상(8.9%), 80대(6.4%)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는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연감소분은 3만2700명으로, 경기를 제외한 도지역을 중심으로 큰 폭의 자연감소를 보였다.
올해 전방도 밝지 않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혼인이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아마 (올해) 출생아 수가 조금 더 감소할 여지가 있다”며 “인구 고령화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