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전임 정권 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을 매개로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사찰 관련,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구성과 개별 정보공개 청구, ‘흑역사 청산 특별법’ 추진 등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어설픈 물타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상규명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당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불법사찰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불법사찰 문건을 보고 받았는지, 보고받은 사람은 누구였는지, 보고받은 뒤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정원이 과거 정권 하에서 만든 불법사찰 문건이 20만 건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전하며 사찰대상은 2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정원에 조사를 요구한 사찰 대상자와 문건 수, 사찰 방법, 활용 방식 등이 파악되면 정보위 차원에서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분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사찰 지시가 없었고, 20만 건 중 상당 부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인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민주당과 정보위가 대대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면 국민의힘은 큰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당장 영향을 끼치는 건 4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다. 국민의힘 유력 후보인 박형준 후보가 이명박 정권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맡은 바 있어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명박 국정원 사찰보고서 배포처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국무총리실이라고 명확히 적시돼있는데 당사자인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은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나아가 선거공작이라며 적반하장”이라며 “박형준은 지금이라도 본인이 알고 있는 불법사찰의 전모를 국민 앞에 고백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밝힌 TF 구성과 정보공개 청구, 특별법 등 불법사찰 대책을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판 키우기에 나선 만큼 국정조사 요구 의견까지 개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