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심 산업 공급망 국가전략 마련한다…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 초점

입력 2021-02-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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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국 제재나 재해 등 영향 받지 않는 공급망 구축 강조
한국·일본 등, 반도체 부문서 협력 강화 요청 받을 듯
중국 견제 포위망 형성 의도

▲전 세계 주요국의 지난해 반도체 생산 능력 점유율. 단위: %
시계방향으로 대만 22%, 한국 21%, 일본 15%, 중국 15%, 미국 12%, 기타. 출처 닛케이
▲전 세계 주요국의 지난해 반도체 생산 능력 점유율. 단위: % 시계방향으로 대만 22%, 한국 21%, 일본 15%, 중국 15%, 미국 12%, 기타. 출처 닛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희토류 등 핵심 산업 소재의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응할 공급망 구축 행정명령을 내놓을 예정이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세우기 위해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닛케이가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와 전기차용 전지, 희토류, 의약품 등 4차 산업 혁명의 주요 소재들을 중심으로 공급망 강화에 나선다.

행정명령은 “동맹국과의 협력이 강인한 공급망으로 연결된다”며 적대국의 제재나 재해 등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과 대만, 일본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희토류는 주요 기업이 있는 호주와 아시아 지역의 협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요 제품의 공급망에 대한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해 서로 생산 품목을 보완하고 비상시 신속하게 융통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잉여 생산 능력과 비축품 확보도 협의 대상이다.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대중국 거래를 줄이도록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 초당파 의원 그룹을 초청해 미국 내 반도체 부족 문제를 논의한다고 전했다. 회의는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서명과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으로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 있다. 포드는 주력 차량인 픽업트럭 F-150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군도 생산량 감축을 피할 수 없다. 포드는 올해 1~2분기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올해 세전이익이 10억~25억 달러(약 2조7740억 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이달 초 소형 SUV 차량을 생산하는 미국 내 공장 3곳을 1주일 동안 폐쇄했다. 반도체 품귀로 인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 매출은 약 6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지난해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12%로 품귀 현상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점유율 22%로 1위인 대만에 증산을 요구했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전 세계 주요국의 지난해 희토류 생산 점유율. 단위: 퍼센트(%)
시계방향으로 중국 58%, 미국 16%, 미얀마 13%, 호주 7%, 기타. 출처 닛케이
▲전 세계 주요국의 지난해 희토류 생산 점유율. 단위: 퍼센트(%) 시계방향으로 중국 58%, 미국 16%, 미얀마 13%, 호주 7%, 기타. 출처 닛케이
중국이 반도체 생산과 희토류 공급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도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5%지만, 2030년이면 24%로 올라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점유율은 58%로 절반을 넘었고, 미국은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의약품도 최대 90%를 대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제재 대상으로 의약품과 희토류를 정조준하면 미국으로서는 큰 위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달 중순 “중국 정부가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수출과 생산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자 중국 정부가 오히려 19일 “올해 상반기 희토류 생산을 전년보다 25% 늘릴 것”이라고 정반대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되나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닛케이는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무역 규제를 통해 외교적 압력을 가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면 각국 정부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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