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새소리 물소리 들리는 여의도 도심 한복판…공원이야 백화점이야?

입력 2021-02-24 18:10 수정 2021-02-2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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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오픈 '더현대 서울', 도심 속 힐링과 치유의 쇼핑 공간 지향…3대 명품 에르메스ㆍ샤넬ㆍ루이뷔통 없어 '아쉬움'

백화점에서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매장이 있어야 할 곳에는 나무가 보이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햇살이 비친다.

현대백화점이 '쇼핑을 위한 힐링(리테일 테라피)' 개념을 내세워 국내 첫 자연친화적 백화점으로 문을 여는 '더현대 서울'을 프리오픈 첫날인 24일 오후 찾았다.

▲더현대 서울 워터폴 가든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워터폴 가든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1층에 들어서 조금 걸어가자 갑자기 물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눈 앞에 12m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이 나타났다. 귀 기울이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 공간에서 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벤치에 기대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이 2명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매장을 찾은 30대 임 모씨는 "근처에 살고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봤는데, 규모도 크고 볼거리도 많다"면서 "식품관엔 맛집도 많아 가족과 함께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인 ‘더현대 서울’은 영업 면적이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판교 현대백화점(9만2416㎡, 2만8005평)보다는 작지만 서울 지역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다.

▲더현대 서울 5층의 경관. 곳곳에 심어진 나무와 잔디가 백화점이 아니라 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더현대 서울 5층의 경관. 곳곳에 심어진 나무와 잔디가 백화점이 아니라 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곧바로 5층으로 올라가니 1000평 규모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내가 있는 이곳이 백화점인지 공원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천연 잔디에 아직은 키가 작은 30여 그루의 나무가 자리하고 있는데, "나중에 나무들이 자라면 참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5층의 사운즈 포레스트를 비롯해 각 층마다 크고 작은 실내 조경 공간을 다 합치면 1만1240㎡(3400평)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한 5층과 6층에는 문화, 예술과 여가생활 그리고 식사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컬처 테마파크’가 조성됐다. 식음료(F&B) 공간인 ‘그린돔’은 5층과 6층 두 개 층에 걸쳐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쇼핑을 통한 정신적 치유와 힐링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백화점 곳곳에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쉴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더현대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개방감이다. 이 백화점의 천장은 모두 유리로 제작됐으며 채광을 위해 1층부터 건물 전체를 오픈하는 보이드 건축 기법을 도입했다.

예컨대 5층에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눈엔 햇살이 들어왔다. 아파트 6층의 높이인 20미터에 달하는 층고가 다른 백화점에서 느낄 수 없는 뻥 뚫린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눈에 봐도 널찍한 매장 앞 쇼핑 공간. 유모차 8대가 동시에 다닐 수 있는 넓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한눈에 봐도 널찍한 매장 앞 쇼핑 공간. 유모차 8대가 동시에 다닐 수 있는 넓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더현대 서울은 수직적으로 공간감이 느껴질뿐 아니라 수평적으로도 넓다. 지상 1층부터 5층까지의 매장 동선은 타원형 순환 구조로 설계됐는데, 고객이 매장을 걷는 동선 넓히는 최대 8m에 달한다.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넓이여서 다른 백화점 점포에 비해 2~3배가량 넓다.

식품관과 푸드코트가 들어선 지하 매장의 구성도 알차다. 지하 1층에는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이 자리 잡았다. 곳곳에 푸드트럭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가장 큰 식품관"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이 곳에 입접한 F&B 브랜드는 90여 개로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이었던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 10여 개 더 많다. 서울 유명 맛집인 몽탄과 뜨락, 금돼지식당이 손잡고 한국식 BBQ를 선보이는 '수티'와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 등이 들어섰다.

프리 오픈 기간인 데다 평일 오후인데도 매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여 '새로운 먹거리'를 기다려온 여의도 직장인들의 기대감을 방증하는 듯했다.

지하 2층은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를 정조준했다. H&M그룹(스웨덴) 최상위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이 들어섰다.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은 벌써부터 2030의 발걸음이 몰리고 있다.

쇼핑을 통한 힐링을 추구하면서도 알찬 구성을 완성한 더현대 서울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역시 1층이다. 널찍한 1층은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으나 '어딘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이 아직 입점하지 않은 탓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뷔통 등 다수의 브랜드와 입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명품 브랜드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3대 브랜드 입점은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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