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교수 등 언택트 좌담] 코스피3000 붕괴, “‘비이성적 과열’의 끝은 공멸일 뿐”

입력 2021-02-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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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정의연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정의연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 연구위원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 연구위원
증시 과열 경고가 곳곳에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지난 1일 한차례 조정후 다시 ‘삼천피(코스피 3000)’에 올라선 코스피가 24일 2994.98로 주저앉았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 잔치‘가 끝나고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시장에서는 ‘빚투’(22조)와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컸다. 코스피가 3000선을 내줬지만, 올해 4.23% 상승했다. 미국 S&P500지수, 일본 닛케이225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보다 기파르다.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수장들까지 한 목소리로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금융시장의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3000 시대’는 순항할 수 있을까.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로 치닫는 유동성 장세의 원인과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뜨거운 감자로 따오른 빚투의 그림자는 없을까. 자본시장 문제에 혜안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과 이를 주제로 서면 대담을 가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 연구위원,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참석했다.

- 최근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동학개미의 주식매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폭풍 매수의 원인은 무엇인가.

△김영익 교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참여하는 현상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진입한 구조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지난해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3%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교수=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투자수익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기동성이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부동산에 비해 주식투자가 취약했다.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30%를 밑도는 상황이었다. 특히 주식은 1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700만 개인투자가들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감)와 스톡-디바이드(STOCK-DIVIDE, 주식유무 편 가르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는 현상이 촉발된 것이다.

△성태윤 교수=유동성 공급이 활발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시중에 있다는 것이고 또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다. 다른 투자 대안이 막히면서 주식시장에 유도된 부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시장이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이른 바 ‘재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역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정의정 대표=부동산 폭등의 절망적 상황을 피해 재산 증식을 위한 희망사다리를 찾아온 수많은 젊은 세대들의 자금과 작년 봄 역사적인 저점에서 기회를 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가 겹친 결과다. 유동성 확대가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주식이 투기가 아닌 투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건전한 주식투자 문화 확산에 긍정적이다.

△빈기범 교수=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통화, 재정의 팽창정책이 실물 경기로 안 돌고 자산시장으로만 유통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달린 문제라고 보는데, 백신이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이 되면 주가나 부동산 시장은 더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 주가와 부동산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하나”라고 묻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김영익=부분적 과열 조짐이 있다. 몇 개월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 섣부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주가와 실물의 쾨리가 크게 벌어진 만큼 주가를 상승시켰던 요인이 변하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다.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주식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황세운=올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따라서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지난 해에 나타났던 수준의 높은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금리 상황은 앞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에서 주식의 비중을 높여갈 필요성이 있다. 주가의 변화는 예상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한꺼번에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매수시점을 분산시켜 조금씩 자주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접근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기범=지금 상승장이 쉽게 꺼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잘 꺼지지 않았던 것과 유사하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또 다른 유동성이 대기하고 있고, 주가 하락에 쉽게 패닉 매도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주체들의 돈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사상 최악인 것이 분명한데, 지금의 주가와 부동산 시장의 강한 상승을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금 국면은 좀 더 관망이 필요해 보이고, 무엇보다도 개발된 코로나 백신이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있는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일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한 걸로 드러난다면 자산시장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정의정=벌써 과열, 고평가, 버블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대형종목의 급등에 의한 착시현상이다. 3개월 전에 비해 하락한 종목도 많고, 종목 전체로 보면 3~4% 정도 오른 셈이다. 한국거래소에서도 과열이 아니라고 언급한 이유다. 지난 13년 동안 박스피를 지나 이제 대세 상승장이 올 수 있는 단계라고 보기에 종목을 잘 선택한다면 진입하기에 절대로 늦은 때는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정부에서 투자하기 좋은 공정한 환경만 잘 조성해준다면 지금부터가 대세 상승장이라고 본다.

-처음 주식을 투자하는 이른바 ‘주린이’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황세운=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아서는 안된다. 작년의 높은 주가상승률로 인해서 주린이들의 기대수익률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작년과 같은 주가상승률은 10년에 한번 올수 있는 그런 수준이었다. 기대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적정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설정하고, 장기투자로 목표를 뚜렷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한두 종목에 올인하는 투자방식보다는 최소 4~5개 종목 이상에 나누어 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빈기범=주식시장은 그 어떤 자산 시장보다도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므로 내가 투자한 돈의 50% 이상을 날리는 일은 쉽게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2~3배로 돈을 늘릴 가능성은 5% 이하인 만큼 함부로 급등락 종목에 투자하면 안된다. 개인의 개별 종목 직접투자 보다는 인덱스 투자를 권장한다.

△정의정=일단 소문을 듣고 투자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투자할 회사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고 투자 이유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분할 매수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빚투는 정말 위험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김영익=철저하게 산업을 분석하고, 기업을 공부해야 한다. 본인이 잘 아는 곳에 투자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또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 명목 GDP가 3% 안팎이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4~5%로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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