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남 사람들 정서를 도덕적으로 재단해 적대시해선 안돼"
천 "호남서 보수정치 알리는 스피커…당 변화 주도 역할 할 것"
지난해 총선 각각 적지서 낙선했지만 "22대 재도전" 한 목소리
여야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통적인 지지 우세 지역이 있다. 이곳들을 기반으로 10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로 상대 당의 우세 지역은 이기기 힘든 ‘험지’라 불린다. 이런 험지에서 지난해 총선을 치러 고배를 마시고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김한규 민주당 서울 강남병 지역위원장과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직위원장이다.
25일 이투데이 사옥에 모인 김·천 위원장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현재 몸담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천 위원장도 한때 단기간 근무한 적이 있던 터라 호칭은 깍듯하게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먼저 서로의 미담을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천 위원장이 순천에서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문진 봉사활동을 했다고 귀띔했고, 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서울 곳곳의 진료소들에서 검진을 받으며 현장을 점검한다고 전했다.
서로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천 위원장에 대해 “최근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힘에서 제일 잘하는 분이라 민주당 입장에서 제일 불편한 사람”이라며 “아까운 사람인데 왜 저 당에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선망하는 대형 로펌에서 나와 뜻을 이루려 힘든 지역을 지키는 건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못 하는 것”이라고 띄웠다.
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은 스펙만 보면 우리 당에서 모실 분이고, 능력을 봤을 때 우리 당에 왔다면 높은 확률로 지금 국회에 계셨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본인의 신념에 따라 민주당에 꽃가마가 아닌 자기 발로 가 험지를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로 도전정신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총선 낙선 이후 지금까지 험지를 지키는 어려움에 스스로에 대해선 “좋게 말하면 도전이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자조했다.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면서도 이들은 모두 다음 총선에서 재도전해 당선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총선에서 높은 벽을 느꼈음에도 이들이 의지를 꺾지 않는 이유는 무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각자 소속된 당에 대한 ‘고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강남은 지식인들이 많아 군사독재 시절에는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당 성향이었다. 지금의 보수세력은 군사독재 때와 다른 모습이라 경제적 성향에 따라 보수가 된 것”이라며 “이런 성향의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김한규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남 사람들이 가진 욕구를 일단 이해해야 한다. 성공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집에 살고, 자산을 키우는 등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그런데 그 자체를 도덕적으로 재단해 탐욕스러운 거로 치부하며 적대시함으로써 ‘갈라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해온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민주당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강남 사람들이 전부 자기 욕심만 있고 이기적이거나 탐욕스럽지만은 않다”며 “이런 이 지역의 정서나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가 하려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민주당의 태도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기존 질서를 존중하고 점진적 변화를 원하는 게 보수 성향인데 호남에 오히려 그런 점잖은 분들이 많다. 해방 직후에는 실제로 보수가 많았다”며 “그런데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현대적 지역감정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 와서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소속 의원에 제2 지역구로 호남지역을 배정하는 등 신경을 쓴다는 느낌은 준다”며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완벽히 우리 당을 대표하는 분은 아니기에 차기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호남에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호남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하고 반성하는 적극적 노력이 없으면 30~4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총선까지 호남에서 활동하면서 젊고 새로운 보수정치를 호남에 알리는 스피커가 되고, 우리 당을 21세기에 맞는 건전한 방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