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을 고가에 매매해 신고한 후 해당 계약을 해제하는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아파트 실거래가를 상승시킨 후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작한다는 업계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실제 계약 의사 없이 집값을 자극할 목적으로 판단되는 의심사례를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과 한국부동산원 실거래상설조사팀은 시장을 교란하는 실거래 허위신고 의심사례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시행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1일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한 해제신고 의무화 이후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 건은 총 79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해제 신고된 건은 약 3만9000건으로 전체 4.9% 수준이다.
해제신고 이후 재신고된 경우를 제외한 순수 해제 건은 약 2만2000건으로 전체 56.6%를 차지했다.
재신고 이력이 없는 순수 해제건 중 계약시점 기준 신고가를 기록한 거래는 약 3700건이다. 순수 해제건의 16.9% 비중이다.
순수 해제 건에서 신고가 거래가 차지한 비율은 서울이 36.9%(470건)로 가장 높았다. 세종은 29.6%(89건)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경기 19.3%(1186건) △인천 17.8%(215건) △5대 광역시 16.5%(1096건) △8개 도 10.5%(686건) 순이었다.
신고가를 기록한 순수 해제건 중에는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거래에 참여했거나, 특정한 단지에 해제신고가 집중되는 등 의심사례가 상당수 포착됐다.
특정인 다수거래건은 전국 기준 952건으로 순수 해제건 대비 4.3%를 차지했다. 특정인이 매도인‧매수인‧중개사 중 하나로 최대 5회(36건)까지 해제거래에 참여한 사례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존재하지 않은 최고가로 거래신고를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를 선별해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상은 서울과 세종, 부산, 울산 등 신고가 해제 거래가 다수 이뤄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중심이다.
이달부터 5월까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의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조사를 연장할 방침이다.
조사는 계약서 존재, 계약금 지급 및 반환(배액배상) 등 확인을 통해 허위로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탈세·대출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
그 결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데 거짓으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조사 과정에서 범죄 의심사례를 포착한 즉시 관할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당하게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는 등 중개대상물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자격정지 처분도 병행한다.
국토부는 3~4월 부동산 시장 내 각종 시장교란행위 및 불법행위 대응 정규조직인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경찰청과 국세청,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전문인력의 파견 확대를 통해 조사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부동산 실거래 정보와 대법원 등기정보 간 연계도 강화한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고강도의 실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