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넷플릭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과 코로나 식량 위기

입력 2021-02-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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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포스터 (넷플릭스)

파란 교복이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14살 소년 캄쾀바. 하지만 캄쾀바는 교복을 입을 수조차 없었다.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지독한 가뭄으로 농사를 망쳐 당장 생계조차 막막한데 학교에 가기는 어려웠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만큼 딱딱하게 굳은 현실. 그러나 캄쾀바는 희망을 잃지 않고 몰래 과학 수업을 듣고 도서관을 오가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 2019)이다.

영화는 고작 14살에 실제로 풍차를 만들었던 천재 소년 윌리엄 캄쾀바의 실화를 다뤘다. 그가 풍차 만든 건 모터를 돌려 가뭄으로 굳은 밭에 물을 대기 위해서였다.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부품과 '에너지의 사용'(Using Energy)이라는 낡은 교과서가 길잡이가 됐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지독한 가난과 혼란한 정치 상황이 휘몰아치지만, 캄쾀바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풍차를 만들어낸다.

▲캄쾀바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남몰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풍차의 원리를 배운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캄쾀바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남몰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풍차의 원리를 배운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영화의 배경 아프리카 말라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80달러(약 30만 원)에 불과하다. 영화는 캄쾀바와 그 가족 이야기를 통해 말라위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상황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린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식량 부족, 부패한 정치, 교육 문제 등이 캄쾀바의 삶을 관통한다.

문제는 아프리카가 직면한 위기가 나아지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우려되던 식량 문제는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세계가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에 직면할 수 있다”며 "국제 지원이 없으면 아프리카는 인류 멸망 수준의 기근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국제 선물시장에서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품가격지수는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올랐다. 같은 기간 곡물 가격지수 역시 7.2% 상승했다.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기후 변화로 작황이 좋지 못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운송 등 공급 차질이 커졌다.

▲고철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고철은 풍차의 재료가 됐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고철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고철은 풍차의 재료가 됐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식량 안보를 걱정하는 주요국들의 식량 수출 제한도 수급에 영향을 줬다. 주요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는 6월 말까지 옥수수와 보리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동시에 밀 수출 관세도 2배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수입하는 중국의 영향도 크다.

원래도 많았던 중국의 식량 수입량은 팬데믹 이후 더 늘고 있다. 중국도 기후 변화로 자국 내 작황이 예년만 못했고, 팬데믹을 조금씩 벗어나며 식량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호주 곡물매체 그레인센트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로 곡물을 수입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1억 33만 톤, 옥수수 수입량은 1130만톤에 달했다.

예멘,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등 아프리카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내전 역시 식량 수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내전이 벌어진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은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티그라이 현지 450만 명에게 긴급 식량이 필요한 상황이며, 에티오피아 정부 관계자는 "현재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티그라이 지역 인구는 약 500만~700만 명이다.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지속 가능한 작황을 유지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식품 교역도 중요하다. 아그네스 칼리바타 유엔 식량정상회의 특임 대사는 이달 열린 유엔 식량농업기구 산하 식량안보위원회에서 "식량안보를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농식품 시스템 구축"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풍차'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출처=넷플릭스)
▲영화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풍차'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출처=넷플릭스)

영화는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와 캄쾀바의 웃음으로 끝이 난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1년 내내 농사를 지으며 전기를 쓸 수 있게 됐단 이야기와 함께. 풍차가 완성되며 영화는 끝이 났지만, 바람을 길들이는 캄쾀바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풍차를 만든 이후, 캄쾀바는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덕분에 그는 장학금을 받고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2007년과 2009년에는 TED 무대에 강연자로 섰다. 말라위에서 학교를 마친 다음, 벤처캐피털의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다트머스대에서 환경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무사히 마친 그는 현재 저개발국가 주민들을 위한 기술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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