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 꺾을 자신 있어
어리석어도 바른길 '바보 전략'
자영업 업종별 메뉴얼 제작할 것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 후보 발표를 이틀 남긴 2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오세훈 예비후보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중도와 보수 모두 본인을 지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야권 승리를 위해 정직한 길을 가는 ‘바보 전략’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시장이 됐을 땐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은 오 후보의 최대 약점이다. 무상급식 찬반을 두고 여론이 갈리자 오 후보는 주민투표를 시행했다. 하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하지 못했고 오 후보는 시장직을 내려놨다. 오 후보는 당시를 회상하며 “물러나고 싶어서 물러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했기에 고통을 무릅쓰고 물러났다”며 “그래서 서울시민에게 빚지고 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직 중도사퇴는 여전히 오 후보의 약점이다. 가장 강력한 상대인 나경원 예비후보도 이 점을 계속 지적했다. 그런데도 오 후보는 본인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 후보는 “저는 중도층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유연하고 합리적인, 말이 통하는 중도 보수”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국민의힘 경선을 넘어 야권 전체 단일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꺾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중도와 보수 양 날개의 지지를 받아 여당 후보를 이길 것”이라며 “안 후보를 이기고 야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과정에선 안 후보의 지지 세력을 끌어오기 위해 “어려운 조건에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 후보의 필승 전략은 ‘바보 전략’이다. 오 후보는 본인을 ‘바보 오세훈’, ‘정치 초딩’이라며 “서울시민만 보고 일하고 원칙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승리하려면 바보 전략을 써야 한다”며 “어리석게 보여도 바른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어떤 방식을 쓰든 야당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이 되자마자 오 후보는 코로나19 업종별 메뉴얼부터 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은희 예비후보의 공유어린이집 정책처럼 좋은 공약이 있으면 추진할 뜻도 비쳤다. 시의회와 구청장 자리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과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합의가 이뤄지는 상생의 정치와 공존의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가 인내한 시간은 10년. 그는 이 시간을 ‘담금질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곳곳을 돌기도 했고 교수로서 청년들과 소통하며 지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문건 파일명 속 ‘V’를 VIP로 해석하며 조롱의 대상이 됐던 오 후보가 정면승부로 ‘V 서울’ 공약을 내세운 것도 청년의 아이디어다. 오 후보는 10년을 통해 배운 점을 시정에 다 녹여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의 목표는 ‘사다리 시장’이다. 그는 “다시 서울시장이 된다면 소외된 사람들이나 폐지 줍는 할머니들에게 힘을 드리는 시장이 되고 싶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사다리가 되는 사다리 시장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오 후보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당장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돼야 하고 안철수 후보와 야권 단일화도 이뤄내야 한다. 끝이 아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꺾어야 다시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 오 후보는 “뚜벅뚜벅 성실하게 하나하나 공약으로 승부해나가겠다”며 “묵묵하게 그리고 시민들의 마음속을 향해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