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줌인] 한설희 건국대 신경과 교수 "치매는 생활습관병…사회적 교류 유지해야"

입력 2021-03-03 15:34 수정 2021-03-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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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오젠 개발 '아두카누맙', 치매치료제 게임체인저로 기대…국내 기업도 연구중"

▲한설희 건국대학교 신경과 교수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와 미세먼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설희 건국대학교 신경과 교수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와 미세먼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00세 시대 가장 무서운 질환으로 꼽히는 치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10.2%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는 셈이다.

한설희 건국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30년 이상 치매를 연구한 대표적인 전문가다. 치매라는 질병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이를 연구한 한 교수는 "치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신약 개발과 동시에 생활습관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9%는 실패…치매치료제 개발 왜 어렵나?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과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메만틴이 있다. 이들은 모두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기능을 할 뿐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감기와 비교하면 기침이나 콧물 등 눈에 보이는 증상만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다.

얀센, 화이자, 릴리, 로슈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치매 정복을 꿈꿨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대부분 임상 2·3상 단계에서 치명적인 독성이 발견되거나 효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2003년 '나멘다'(메만틴)의 FDA 승인을 끝으로 신약의 맥이 끊긴 상태다.

한 교수는 "증상이 완전히 나타난 다음에는 무슨 약을 쓰더라도 뇌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치매 직전 단계에 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그 원인을 없앨 수 있는 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빅파마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가 늘고 있다. 60세가 넘으면 치매 발생률은 2배씩 증가한다. 부부가 둘다 85세 이상 살면 둘 중 한 명은 치매에 걸리고, 한 명은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상황이다.

'아두카누맙' 게임체인저 급부상…국내 기업들도 가능성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은 6월 미국 FDA 허가 여부가 판가름난다. 아두카누맙은 2019년 3월 임상 3상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라 개발을 중단했으나, 8개월 뒤 이를 뒤집었다.

이 약물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된 아밀로이드 베타의 항체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방법으로 질환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교수는 "아두카누맙은 FDA가 처음으로 공인하는 치매의 근본적 치료 약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두카누맙에 힘입어 다른 제약사들도 약물을 재점검하고 임상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국내에서 진행한 'GV1001'의 임상 2상 결과 일차병가변수인 중증장애점수(SIB)의 개선 효과(7.11점) 및 이차 평가지표인 신경정신행동검사(NPI)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 GV1001은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1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약물이다.

뉴로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가 억제성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생성·분비함으로써 기억력 및 인지장애가 발생한다는 원인 기전을 바탕으로 '세레마비'를 개발했다. 세레마비는 전임상 단계에서 알츠하이머 모델 형질전환 쥐에게 투여해 정상 쥐와 비슷한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 교수는 "국내 바이오벤처에도 전임상 결과가 좋고 이론적으로 우수한 약물이 많다"면서 "세레마비를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도 동물실험만큼의 효과를 얻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된다면 약물로서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예방 열쇠는 생활습관…'사회적 교류' 중요

한 교수는 "치매는 생활습관 병"이라고 강조했다. 치매를 좌우하는 요인은 유전자와 나이, 성별이다. 아포지단백E 제4형을 보유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여성인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자연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비만, 식단, 교육 연한, 스트레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운동량이 적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혈관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꾸준히 공부하면 인지예비능이 증가하면서 치매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인지예비능이란 뇌의 노화에 대비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뇌의 대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생활화하고, 배우고자 하는 노력으로 뇌에 자극을 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회적 교류(소셜 네트워킹)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데이케어센터 등을 통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 환자의 돌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런 사회적 교류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치매 환자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한 교수는 "평소에 사회적 교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치매에 덜 걸린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면서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치매 환자들은 눈에 띄게 악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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