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등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에 사회적 공분이 커진 가운데 인천에서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계부는 학대 사실을 인정했으나 친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A(27) 씨와 그의 아내 B(28) 씨를 조사했다. 이들 부부는 전날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부 A 씨는 이날 오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체벌을 하거나 밥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며 “훈육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친모 B 씨는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숨진 딸 C 양을 체벌할 때 플라스틱 재질의 옷걸이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A 씨 부부는 전날 오후 8시 57분께 자택에서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A 씨는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으며, C 양의 턱과 손가락 끝에는 사후 강직이 나타난 상태였다.
구급대원이 C 양의 이마에 든 멍 자국을 발견하고 이유를 묻자 B 씨는 “새벽 2시쯤 아이가 화장실 변기에 이마 쪽을 부딪쳤고 가서 보니 턱을 다친 것을 확인했다”면서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도 C 양의 얼굴과 팔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확인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A 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C 양의 계부로 조사됐으며 B 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뒤 A 씨와 재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C 양은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 수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지난해 5월부터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C 양과 한 살 터울인 오빠 D(9) 군의 몸에서는 학대 피해 의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C 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A 씨 부부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확인해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