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00억 원을 넘겼다. 주력 사업인 8인치 파운드리가 호황을 누린 덕분이다.
4일 SK하이닉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지난해 매출 7029억 원, 당기순이익 93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매출 6615억, 순이익 766억)과 비교해 매출은 6%, 순이익도 22% 증가한 금액이다.
2017년 출범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첫해 77억 원의 순손실을 낸 뒤 1년 만에 60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이듬해에 766억 원을 올리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8인치(200㎜) 웨이퍼 공장에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주력으로 위탁 생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언택트(비대면) 관련 제품 판매 증가로 이들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 부족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역시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주문에 완전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상위권 파운드리업체들은 8인치보다 12인치 사업에 주력한다. 12인치 웨이퍼에서 퀄컴, 애플 등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을 대량 생산한다.
반면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DB하이텍 등은 소량생산이 가능하고 초미세공정이 필요 없는 제품군을 공략했다. 최근 물량 부족 사태가 빚어진 차량용 반도체도 8인치 라인에서 생산되는 주요 제품 중 하나다.
중국에서 1~2년 새 중소 팹리스(칩 설계 전문)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도 8인치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줬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최근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따른 수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우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고객사 물량에 맞춰 청주 공장(M8)을 중국 우시로 이전한 공장이다. 애초 계획보다 가동 시점을 앞당겼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부터 중국 우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파운드리 업계는 또 한 번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IT 기기에 대한 높은 수요가 이어지면서 고객사들이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파운드리 기업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