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물가 10년만에 최고…'금파'ㆍ'금계란'에 깊어지는 시름

입력 2021-03-04 16:37 수정 2021-03-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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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한단 만원ㆍ계란 한판 만원 육박…채소뿐 아니라 축산물 가격도 크게 뛰어

농축수산물 물가가 2011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면서 식자재 가격이 '금값'으로 치솟고 있다. 작황 부진에다 명절 수요가 겹치며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파 한단에 만원, 계란 한판에 만원'이라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주부와 외식업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폭의 오름세를 보인 품목은 대표적인 향신 채소로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이는 파로, 전년 대비 폭등했다.

4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대파 가격(소매 기준)은 1kg에 7575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245.6% 오른 셈이다. 주부들 사이에서 "지난해 추석 금추(비싼 배추)에 이어 올해는 '금파'가 나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찾은 경기도 분당구의 한 슈퍼마켓에선 대파 1단을 5800원에 판매중이었다. 1단의 무게가 800g임을 고려하면 1kg 가격은 725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슈퍼마켓 점원은 "주변에서 가장 싸게 파는 것"이라며 "옆 마트에 가보면 1단에 8000원 넘게 판다"고 했다.

대파뿐 아니라 쪽파 값도 전년 대비 30.7% 늘어 6839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을 팟값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대에 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대에 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식자재인 파 가격이 폭등하며 집에서 밑반찬을 준비하는 가정 주부와 외식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50대 주부 김 모씨는 "김장철이 아니라서 다행히 파를 많이 쓰는 시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될 수 있으면 모든 요리에 파를 안 넣고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지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60)는 "대파뿐 아니라 양파, 마늘 등 채소류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그렇다고 그동안 제공하던 밑반찬을 뺄 수 없어 물가가 내려갈 때까지 부담스럽지만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양파와 깐마늘, 붉은고추, 고춧가루(국산) 가격도 전년 대비 일제히 올랐다.

가격이 오른 건 채소류만이 아니다. 구이와 탕, 국, 불고기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 쓰이는 쇠고기 가격도 부위별로 크게 올랐다.

이날 기준 100g 당 가격은 △한우등심(1만2690원) △한우설도(5931원) △한우양지(8526원) △한우안심(1만6096원)을 기록했다. 모든 부위 가격이 전년 대비 올랐는데, 특히 한우등심이 8.9%, 한우안심이 15.14%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또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로 공급이 줄어든 달걀(특란, 30개 기준)은 전년(5197원) 대비 47.5% 증가한 7664원, 돼지고기 삼겹살(국산 냉장, 100g 기준) 가격은 전년보다 16.6% 늘어난 1993원을 기록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축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4.4% 올라 2011년 6월(16.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행히 농산물 폭등세가 곧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월 대파와 양파 가격이 전월 하순 대비 하락할 것으로 봤다. 겨울 대파 작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수입 대파가 늘었기 때문이다. 양파의 경우 조생종 양파 출하와 수입량 증가로 전월 대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깐마늘과 건고추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선 이 같은 소매 가격 폭등세에 '함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소매 가격 인상은 전통 시장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포함돼 있는 만큼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대형마트의 경우 기존에 매입해 둔 물량이 있어 크게 인상됐다고 얘기되는 삼겹살 등의 품목을 오히려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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