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체 수장들이 여러명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달 중순부터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리더의 등장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CEO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은 유한양행,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홀딩스, 종근당, 대웅제약, 코오롱생명과학, 동아에스티, 일동홀딩스, JW홀딩스 등이다. 이 가운데 유한양행,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찌감치 수장 교체를 마무리했다.
서정진 전 셀트리온 회장은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서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지만, 이번 주총에서 공식적인 은퇴를 하게 된다.
다만 서 전 회장은 셀트리온이 국내 1호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고, 이후 백신 개발 가능성까지 표명한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경영에 어느 정도 관여할 계획이다. 서 전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부분은 후배들에게 물려주는데 코로나는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20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유한양행은 정관상 대표이사의 연임은 1회만 가능한데 이 사장은 2012년 부사장에 오른 뒤 2015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한 번 연임하면서 총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었다.
이 사장이 이끈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해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14.2%에 달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31번째 개발 신약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레이저티닙메실산염)'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현재 렉라자에 대한 급여 등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준비 중이고, 하반기에는 국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부터 회사를 이끌던 김태한 사장은 지난해말 9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해 3공장 운영을 총괄했던 존림 사장이 지난해 12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존림 사장은 향후 10년간 생산 규모,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확대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녹십자를 이끄는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사장 역시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5일 열리는 주총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는데 업계에서는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전망한다.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허 사장의 형인 허은철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번 허 회장과 허 사장이 연임되면 형제 경영뿐 아니라 숙부와 두 명이 조카가 그룹을 이끌게 된다. 다만 허일섭 회장이 경영 총괄을 맡고, 허은철 사장은 GC녹십자, 허용준 사장은 녹십자홀딩스를 이끄는 기존 역할을 유지하는 만큼 그룹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인보사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의 연임 여부도 업계의 큰 관심이다. 2012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아온 이 사장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이 아직 진행중인 만큼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 대표의 3번째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 외에 김영주 종근당 사장, 전승호ㆍ윤재춘 대웅제약 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한성권 JW홀딩스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는 회사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긴 호흡으로 연구ㆍ개발 성과를 내기 때문에 경영 기간이 긴 편이고, 지난해 업계 성과도 좋았던 만큼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