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빈 영국, 반세기 만에 법인세 인상

입력 2021-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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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19%→2023년 25%로 인상
코로나19에 작년 정부 차입 550조 원 달해
“어려울 때 정부가 도우니 돈 많이 번 기업·개인 기여 필요”

▲영국 법인세 추이. 단위: 퍼센트(%). 2017년 이후 19% 유지. 2023년부터 25%로 인상. 출처 TBA어소시에이츠
▲영국 법인세 추이. 단위: 퍼센트(%). 2017년 이후 19% 유지. 2023년부터 25%로 인상. 출처 TBA어소시에이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몰린 경제를 구하고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영국이 결국 법인세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19 기간 돈을 많이 번 기업과 개인에 고통 분담을 촉구한 것으로, 1974년 이후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50억 파운드(약 102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가 예산안을 보고하며 “너무 빨리 지원을 철회하는 것이 무책임한 것처럼, 미래의 부채를 견제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인상 취지를 설명했다.

영국은 2008년만 해도 법인세율이 30%에 달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투자 유치 등을 점진적으로 세율을 낮췄다. 그러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정책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기업의 10%만이 25% 세율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순이익이 25만 파운드 이상인 회사에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순익이 5만 파운드 이하인 기업은 현행 19%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는 공제를 2026년까지 동결하는 방식으로 과세 대상과 세액을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세율을 손대지 않으면서도 130만 명이 추가로 소득세를 내게 된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이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반발했다. 영국 최대 재계 로비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의 토니 댄커 국장은 “법인세를 한 번에 25%로 올리면 많은 기업의 숨통이 막히고, 영국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망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런던 금융계를 대변하는 로비 단체 더시티UK의 마일스 셀릭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환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법인세 인상은 영국의 세금 정책을 단순화하려는 노력과 발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기업의 반발에도 법인세 인상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2020·21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 영국 정부의 차입은 3550억 파운드(약 552조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7% 수준이고, 2021·22 회계연도에도 차입이 2340억 파운드로 GDP의 10.3%에 달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 총부채는 올해 GDP 대비 88.8%에 이르고 2023·2024 회계연도에는 97.1%로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끝나 완전히 EU를 탈퇴한 것도 경기 회복을 비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수낙 장관은 “부채를 갚는 것은 향후 수십 년 간 정부에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 회복을 위해 어떤 일도 하겠다”며 “어려울 때 정부가 도우니 돈을 많이 번 기업과 개인이 부채 상환에 이바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공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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