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이 없어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병세가 크게 악화한 치병적인 병들이 있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난소암’이 그중 하나다. 난소는 골반 깊은 곳에 위치해 암이 발병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난소암 환자의 70% 이상이 암이 복강 내 기관까지 번진 3기 이상의 진행 상태에서 발견된다. 여성의 3대 암 가운데 생존율(65.2%)이 가장 낮은 이유다. 이렇듯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예후가 매우 불량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소암은 여성의 생식기관인 난소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발병 통계를 통해 고위험군을 분류할 수는 있다. 대부분의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병하지만, 20~30%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생긴다. 난소암은 ‘BRCA1’, ‘BRCA2’ 같은 특정 BRC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또 평균 주기보다 배란이 많고,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는 경우, 임신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투명세포 난소암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또 직계 가족 중에 난소암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난소암 초기에는 생리불순 등의 증상 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골반 부위의 불편감이나 소화가 안 되는 듯한 더부룩함, 하복부 팽만감이 발현 증상이지만, 이마저도 초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체중감소, 구토 등과 같은 일반적인 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난소암을 진단하기 위해선 부인과 질 초음파와 종양표지자 검사인 CA125 검사를 하게 되고 악성이 의심되면 난소의 성질,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MRI/PET-CT 검사를 한다. 물론 가장 확실한 진단은 수술을 통해 떼어낸 조직을 검사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난소암 발병 확률이 27~44% 높아지는 만큼 조기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BRCA1/2 유전자 검사는 난소암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와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유전성 암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면 난소암 발생의 선별검사, 경구피임약과 타목시펜 등을 이용한 화학예방요법, 예방적 난소ㆍ난관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난소암 예방을 위해서는 난소가 반복적으로 생성 및 소멸되는 배란 횟수를 줄여 난소를 쉬게 하는 목적으로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을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50% 이상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다만 피임약 복용에는 출혈, 혈전, 유방통증, 두통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만큼 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난소암은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수술 시에는 직접 눈으로 암세포 전이 정도를 확인 후 최대한의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해 복강경보다 개복술로 진행된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암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대부분 수술 후 보조항암ㆍ치료를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