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소프트웨어 국산화 및 표준화에 나선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자동차 하드웨어(HW)에서 차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SW)로 빠르게 이동 중인 만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주도권 싸움의 전면에 현대모비스가 나선다.
7일 현대모비스는 국내 SW 개발사 13곳과 손잡고 자동차용 SW 플랫폼 국산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은 물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SW 개발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모비스가 주도한 이른바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 생태계 컨소시엄’에는 그룹 내 SW 개발사인 현대오트론이 참여한다. 이밖에 3대 통신사이자 SW 전문 개발사인 LGU+도 합류했다. 이밖에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전문 개발사 11곳이 합류했다.
현대모비스 전장BU 성기형 부사장은 “전문 개발사들은 국내 SW 개발 생태계 확대라는 공동 목표 아래, 향후 미래차 산업의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가 SW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미래차에서 SW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뚜렷한 SW 기술이 절대적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하나둘 SW 회사로 변모 중이다. GM은 자율주행 SW 기업(크루즈)를 세웠고 중국 지리 역시 바이두와 손잡았다. 미국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이 아닌, 거대 SW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껏 한번도 차를 만들어보지 않은 회사도 뛰어들었다. 소니와 애플 등 IT 기업들이다. 지금까지 관건은 HW였으나 이제 SW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갤럭시와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수천 가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OS(operating system)는 안드로이드와 iOS 등 일부가 주도한다. 삼성과 소니, 맥북 등 다양한 컴퓨터가 팔리지만, 인터넷 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와 크롬 등이 주도한다.
마찬가지로 GM과 폭스바겐 등 수천 가지 미래차가 팔려도 그 안에 담긴 SW는 기술 경쟁력을 가진 일부가 독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모비스를 앞세워 SW 선점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모비스가 주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SW 개발 플랫폼'의 1차 목표는 △표준화 △공용화 △모듈화다.
이제껏 자동차 SW는 제조사별로, 기능별로 알고리즘이 제각각이었다. 이것을 모비스가 주도해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다양한 자동차에 활용할 수 있도록 SW에 범용성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하나의 자동차 플랫폼으로 승용차와 SUV 등을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SW로 여러 자동차의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개방형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를 구축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보다 치열한 SW 경쟁에서 기술적으로 앞서나가는 게 관건이라는 판단이 선 셈이다.
모비스가 밑바탕에 해당하는 시스템 플랫폼을 제공한다. 나머지 협력사는 각자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 플랫폼 위에 추가한다. 협력사의 원천 지식재산기술은 '기밀유지협약'을 통해 철저하게 보호된다. 플랫폼 방식 도입에 따라 앞으로 협력사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회를 통해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SW 역량을 높이고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해 새로운 모빌리티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