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바람이 솔솔 부는 3월, 따듯한 나라로의 여행이 절실한 요즘. 해외여행은 막혔지만, 집안 가득 이국적인 느낌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취미가 있다. 바로 '라탄 공예'다.
라탄 공예는 동남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등나무 줄기를 가공해 코스터, 가방, 바구니 등 여러 생활용품을 만드는 수공예를 말한다. 등나무 줄기 특유의 질감이 이국적 풍취를 자아낸다. 나무를 요리조리 엮으며 얻는 마음의 안정은 덤이다.
유튜버 '율리라탄'은 라탄 공예의 매력으로 '평온함'을 꼽는다. 그는 "라탄 공예를 하다 보면 머릿속에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하면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할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라탄 공예와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라탄 공예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독학으로 라탄 공예를 익혔다는 '아빠와 딸 포도농장' 대표 김은진 씨는 라탄 공예가 마치 '명상' 같다고 말했다.
"라탄 공예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마치 명상할 때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처럼 내가 엮고 있는 날대와 사릿대에 집중하게 된다"
직접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라탄 공예의 장점이다. 티 코스터, 바구니, 꽃병, 가방 같은 작은 소품은 물론 가구까지. 라탄 공예로 만들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은진 씨는 "가구처럼 크기가 크면 힘들겠지만, 티코스터부터 바구니, 등기구까지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다"면서 "이젠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보다 라탄으로 만들어볼까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라탄 공예는 환심을 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들어 작업하기 때문에 가위, 송곳 등을 제외하고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다. 작업 중간중간 물을 뿌려줄 분무기 정도만 있으면 된다. 십자 바닥·나비 무늬·학 무늬·지그재그 무늬 등 몇가지 기법만 알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은진 씨는 라탄 공예 초보자라면 "영상이나 책에서 제시한 날대 길이보다 조금 더 길게 자르라"고 조언했다. 환심(등나무의 겉껍질을 벗기고 둥글고 길게 뽑은 나무줄기)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엔 부러질까 봐 확실히 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렇게 소심하게 꺾다 보면 마무리 엮기를 할 때 날대 길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심을 무서워하지 말고 확실히 휘는 용기도 필요하다. 작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날대가 부러지면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부러진 날대를 잘라내고 다시 새로운 날대를 다시 꽂으면 된다. 아울러, 환심은 차가운 물보다 뜨거운 물에 불리는 게 좋다. 끓인 물을 찬물과 섞은 후에 환심을 불려서 사용하면 훨씬 빨리 부드러워져서 작업하기 한결 수월하다.
유튜버 율리라탄은 "좋은 라탄 환심은 보기에도 딱 보기에도 빛깔부터 하얗고, 환심이 길이가 길다"며 좋은 환심 고르는 법을 조언했다. 그는 "보통 환심은 얼마나 단단한지에 따라 쓰임새가 다른데, 부드러운 환심은 감기용 '사릿대'로 사용하고, 딱딱한 환심은 작품의 빼대가 되는 '날대'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라탄은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줄 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라탄 소재 자체가 튼튼해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 율리라탄은 "라탄 공예로 만든 가방은 막 사용해도 변형이 없고, 라탄은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더 예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무로 만든 라탄 공예품은 그 쓰임을 다한 후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귀농했지만, 은진 씨는 원래 서울에서 10여 년간 무대디자이너로 일했다. 오랫동안 일하며 많은 무대 세트를 만들고 폐기했는데 그 사이 마음 한쪽에 부채 의식 같은 게 자랐다.
"무대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세트를 만들고 폐기 처리했다. 공연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나는 쓰레기를 계속 양산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디자인을 그만두고는 지구에 해를 덜 가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은진 씨가 라탄 공예를 시작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금 지구는 온 바다와 땅이 플라스틱으로 덮여 신음하고 있다. 자연의 신음소리를 멈추고 싶다면, 나무를 엮으며 지구 환경에 작은 보탬이 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