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공식 인수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양사 간 시너지는 아직 물음표(?)다. LG헬로비전은 피부관리기 등 의료기기 렌털을 추가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19년 12월 8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LG헬로비전에 대해 1642억 원의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그 결과 LG헬로비전의 장부가액은 8000억 원에서 6358억 원으로 줄었다. LG헬로비전의 시가총액도 인수 당시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LG헬로비전의 시총은 LG유플러스가 인수 결정을 내릴 당시 8132억 원(2019년 2월 13일 종가기준)이었던 반면 현재는 3500억 원 수준으로 반 토막 이상 났다.
LG유플러스는 인수 당시 금액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었고, 현재 LG헬로비전의 기업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가격으로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수 당시 기업가치를 가입자당 40만 원으로 계산했는데 이 금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며 “장부가액이 떨어졌다고 해도 회사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연결 손익에 반영된 LG헬로비전의 실적도 ‘시너지’를 확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LG헬로비전의 매출액은 1조5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2억 원으로 16.8% 증가했고, 당기순손실은 영업권 손상 영향으로 -3128억 원을 기록했다.
LG헬로비전 전체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케이블 TV 등 방송사업 매출액은 3399억 원으로 전년 3603억 원에서 5.6% 감소했다.
알뜰폰(MVNO) 성장 둔화도 계속됐다. 지난해 알뜰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1% 감소한 1769억 원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시장이 전체 무선통신 시장에서 계속 비중을 확대하는 가운데에서도 LG헬로비전의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총 무선 통신 사용자 중 알뜰폰 가입자는 911만 명으로 약 12.9%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9년간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8.4%P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LG헬로비전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24.1%에서 지속 하락해 2019년 9%, 2020년 6.69%로 내려앉았다. 가입자 수도 2019년 69만8000명에서 지난해 60만9000명으로 줄었다.
다만,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인수 당시 밝혔던 시너지 창출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너지는 크게 △공동 인프라 구축 △콘텐츠 공급으로 나뉜다.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의 기가인터넷 전국망을 활용해 커버리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LG헬로비전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공동 구축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부분에서는 LG유플러스의 키즈 및 영유아 부모 맞춤형 콘텐츠 ‘아이들나라’를 LG헬로비전 가입자들에게도 공급하며 협력했다.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를 케이블TV로도 제공한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 외에도 융복합 결합상품 등으로 소비자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LG헬로비전은 렌털 사업으로 LG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LG전자와의 시너지도 높일 계획이다. 2016년 출범한 LG헬로비전의 헬로렌탈은 비데, 정수기, 안마의자 등 품목에서 최근 음식물처리기 등으로 품목을 넓히고 있다. LG헬로비전에 따르면 렌털 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70%를 웃돌았다.
LG헬로비전은 이달 19일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의료기기 판매ㆍ임대업’을 추가한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피부 관리 기기, 두피 관리기 등 렌털 품목 다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17년 홈 뷰티 기기 프라엘에 더해 지난해 10월 눈가 피부 관리기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탈모 치료 의료기기도 내놨다. LG헬로비전의 렌털 제품군을 다변화는 LG전자의 이 같은 홈뷰티 기기 확대에 발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