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대금리가 줄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조만간 고액 신용대출에 분할 상환 의무를 지우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예고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를 포함한 4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1등급 기준)는 연 2.4~3.6% 수준이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0.5~0.6%포인트 안팎 올랐다. 그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저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일찍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신용대출 ·주담대 금리 일제히 상승…대출자 불안감↑= 지난 1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1월 2.83%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6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0.21%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3.46%로 6개월 전보다 0.54%포인트 뛰었다. 대출자가 1억 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반년 전보다 이자 부담이 연간 약 50만 원 증가한 셈이다. 아직까지 신용대출 금리와 연동하는 시장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7월 말 0.76%였던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0.85%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대출금리 상승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각 은행은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줄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완만하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오름세다. 지난달 말 기준 4대은행 주담대 금리는 연2.34~3.95%로 작년 7월 말(2.25%~3.95%)보다 최저금리가 0.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제한‘ 압박을 받은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주던 우대금리 혜택을 없애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신용대출에서 주담대로 대출 ’옥죄기‘ 범위가 확장됐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가계 주담대 우대금리를 연 0.3%포인트 축소했다. 최초 신규 고객에게 금리 연 0.2%포인트를 우대하는 것을 없앤다. 또 단기변동금리를 선택했을 때 적용받는 우대금리를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줄였다. 우대금리가 줄어든 만큼 신규 차주와 변동금리대출 차주의 최종 대출금리가 올라간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와 부동산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낮췄다.
가계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늘어난 것도 우려 요인이다. 3~6개월마다 금리를 재산정하는 변동형 대출의 특성상 대출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가계대출의 변동 금리 비중(잔액 기준)은 69.7%로 2018년 12월(70.1%)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차주별 DSR규제 적용 예고…신용대출 분할상환도= 지난 1월 금융위 업무보고 내용 중 ‘신용대출 원금 분할 상환’이 포함되면서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고액 신용대출도 주택담보대출 처럼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빚투’로 부동산, 증시 투자가 쏠리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인데 현실화 될 경우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게 될 수 밖에 없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일괄 적용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는다. 개인 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DSR는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현재 은행별로 평균치(DSR 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는 DSR 40%가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지 않은 데다 부동산 시장과 대출 시장에 주는 충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차주별 DSR 40% 적용은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고액 신용대출 분할 상환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다. 현재 신용대출은 만기까지 매달 이자만 낸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달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야 하는 만큼 대출자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령, 1억 원을 연 3% 신용대출로 5년간 빌리면 지금은 매달 이자 25만 원만 냈지만, 앞으로는 매달 180만 원을 내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분할상환 기준이나 범위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