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은 위장약의 물질특허와 제형특허를 보유한 특허권자이고, 파비스제약과 안국약품은 물질특허가 만료된 뒤 복제약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새로운 약은 대개 하나의 물질특허에 기반하여 생산된다. 여러 개의 부품이 모인 휴대전화기는 하나에 수만 건의 특허가 집약되어 있지만, 약은 그 성분물질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에서도 물질특허 만료에 대비하여 추가로 특허 확보 노력을 기울이는데 바로 제형특허이다. 약물의 구성성분을 효율적으로 배열하거나 체내 분해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액체나 패치제로 만들기도 한다. 제형특허도 당연히 특허권자의 독점권이 인정된다. 대웅제약은 물질특허 만료 후 존속기간이 남아 있거나 새로 등록한 제형특허를 보유한 상태였고, 파비스제약과 안국약품이 제형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렇다면 대웅제약은 특허권을 행사한 것인데 왜 불공정행위인가?
파비스제약과 안국약품의 복제약은 대웅제약의 제형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고, 대웅제약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에서 대웅제약 내부 문건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런 제재를 내릴 수 있었는데, 증거개시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이런 문서의 확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번 조치로 특허권자의 권리행사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특허권자가 권리남용이 아닌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특허법은 준비해 놓고 있다. 상대방의 행위가 특허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불분명할 때 법적 확인을 위해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이다. 심판의 결과를 바탕으로 침해금지는 물론 그동안의 손해배상을 위한 협상이나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권리행사를 불공정행위에 기대서는 안 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