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의식주 지출 비용 비중이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된 지출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계 실질소득 확충을 위한 재정정책과 체계적인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의 동반 급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기본적 생계유지용 소비인 의식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6.8%로, 2019년의 35.1%에서 1.7%포인트(p) 증가했다. 이는 15년 전인 2005년(3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식료품 지출 비중을 의미하는 엥겔계수와 임대료ㆍ수도 광열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슈바베계수가 동시에 많이 증가한 영향이다.
엥겔계수는 2019년 11.4%에서 2020년 12.9%로 1.5%p가 증가했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 1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슈바베계수는 2019년 17.6%에서 2020년 18.7%로 1.1%p 올랐다. 14년 전인 2006년(18.8%) 이후 가장 높다.
두 계수가 동시에 급등한 이유로는 우선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평균 소비성향이 하락했고, 소비에 사용될 수 있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도 대폭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면서 엥겔 계수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2019년 –1.7%에서 2020년 6.7%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엔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의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엥겔계수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슈바베계수 급등은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르는 전ㆍ월세 비용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 1.3%, 2018년 2.2%, 2019년 1.4%에서 2020년 3.8%로 급등했다. 주택전세가격지수 증가율도 2017년 1.0%, 2018년 –0.7%, 2019년 –2.0%에서 2020년 1.4%로 빠르게 올랐다.
반면 의식주 이외 소비 항목을 보면 오락, 스포츠 및 문화 소비 지출 비중은 2019년 7.4%에서 2020년 6.0%로, 교육비 지출은 5.5%에서 4.8%로 하락했다.
특히 의류·신발 지출 비중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해당 품목 지출비중은 5.2%로 2019년(6.1%)보다 0.9%p나 하락했다.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 발전 단계가 높아지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의식주 지출 비중은 감소하고 문화·레저 지출 비중이 증가하며 삶의 질이 높아진다"라며 "그러나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의식주 지출은 커지고 상대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된 지출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가계의 기본 생계비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법으로 △재정정책의 경기 안정화 기능 강화 △소비 심리의 과도한 위축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내수 진작책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한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의 억제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저가 주택임대 시장 활성화 노력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