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신의 정치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입력 2021-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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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고 만나요”

언제 끝날지, 올해는 과연 끝을 맺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기약 없는 인사말을 1년째 반복하고 있다. 힘들고 지친 시간 끝에 나온 코로나 백신은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약하는 기대감이다. 백신을 확보하고, 검증하고, 접종 순서를 정하고, 접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접종은 시작됐다. ‘코로나 끝나고 만나자’던 말이 기약 없는 인사말이 아닌, 만남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말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런 순간도 잠시, 백신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러 직역 단체가 쏟아내는 말들은 머지않아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는 기대감을 무력감과 피로감으로 바꾸고 있다. 정치권은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한 정부 탓에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쓸 수밖에 없다고 비난한다. 이 와중에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되자 의사 단체는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어수선한 틈을 타 한의사들은 의사들의 공급 독점을 비판하며 자신들도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에도 비난과 주장은 여전히 난무한다. 정치인들은 백신 접종 후 특정 연령층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가 하면, 의사 단체는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 관련 보도를 속보성으로 대응하는 언론의 무분별함도 백신 공포감 확산에 한몫한다.

백신은 과학인데 어느덧 정치의 굴레를 쓰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선택지의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해 빌미를 준 것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백신 접종 전에도, 후에도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제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큰 듯한 모습은 보기에도 씁쓸하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마스크를 벗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그럴 수록 지금은 정부가 계획한 일정대로 백신을 확보하고, 백신 접종과 부작용간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루라도 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코로나 끝나고 만나자며 기약 없는 인사를 나눴던 이들과 하루 빨리 만나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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