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인플레·금리상승 경고, 빚 부실 우려 증폭

입력 2021-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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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인플레 리스크가 부각되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한 자산가격 조정과 자본 유출의 불안도 커졌다는 진단이다. 김 차관의 인플레 언급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에서 인플레는 불가피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도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선다.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하원 표결이 이뤄진다.

시장의 인플레 우려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대처 수단이 있다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인플레 압력이 코앞에 다가와 있고, 어떤 피난처도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채금리 급등이 인플레 공포를 반영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월 초 1.09%에서 8일 1.59%까지 뛰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9일 2.03% 수준까지 치솟았다. 2019년 3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안이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8일 30.15p(1.0%) 내린 데 이어 9일에도 19.99p(0.67%) 하락한 2976.1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140.3원으로 전날보다 7.1원 뛰었다.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식시장과 원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채금리 상승은 금융채와 함께 가계·기업의 대출금리도 끌어올려 빚낸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 빚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726조 원을 넘었다. 집을 사기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 ‘빚투’(빚내서 주식에 투자)로 부채가 계속 커졌다. 전체 금융권의 기업대출도 작년말 1395조 원을 웃돌아 2019년보다 14% 이상 불어났다. 코로나 피해가 큰 서비스업의 증가폭이 컸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등의 금리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월말 기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4∼3.95%로 6개월 전보다 최저금리가 0.1%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2.4∼3.6%에 이른다.

가계 빚의 이자부담 가중과 함께, 부채에 취약한 중소·한계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시장의 ‘폭탄’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와 금리 상승의 후폭풍이 다가오는데 경기가 개선될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코로나 사태는 진행 중이고 백신 접종도 뒤늦었다.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선제적 출구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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