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감사합니다

입력 2021-03-1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환자:저는 정말 불행해요…. 원장님, 저보다 더 불우한 인생을 겪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으세요?

치료자:있습니다.

환자:누군데요?

치료자:바로 접니다.

환자:네?

치료자:정확히 말씀드리면, 과거의 저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불화로 우울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어요. 우리 집이 다른 집과는 분위기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후론 열등감에도 시달렸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뜻도 모르는 철학, 종교 서적을 읽는 애어른이었죠. 그러더니 중학교 1학년 때 ‘정신과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당시 먼 훗날 제가 자라온 이야기를 써서 자서전을 내면 ‘이런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하면서 독자들을 경악에 빠트리게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진심으로요! 그런데,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환자:지금은요?

치료자:지금은 과거의 제가 누렸던 축복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녔다면, 그 수많은 고뇌에 찬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질 기회가 있었을까요? 정신과 의사? 그런 생뚱맞은 직업을 떠올리지도 않았을 거고요. 이제 양친은 다 작고하셨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건 바로 두 분의 불화였습니다. 저는 그런 환경을 겪은 어린 시절에 감사를 드립니다. 진심으로요!

환자:흠. 현재는요, 뭐가 감사한가요?

치료자:요새는 감사한 것 천지입니다. 며칠 전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차가 크게 파손되었는데요, 두 아이와 저 모두 이마에 멍이 든 것 말고는 무사했어요. 또 집사람이 달려와서 걱정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도 받았고요.

환자:…….

치료자:지금 여기, 아직 살아 있어서 당신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옥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6년 새해맞이 ‘다음채널·지면 구독’ 특별 이벤트
  •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 사직서 제출…향후 거취는?
  • 10만원이던 부산호텔 숙박료, BTS 공연직전 최대 75만원으로 올랐다
  • 트럼프 관세 90%, 결국 미국 기업ㆍ소비자가 떠안았다
  • 법원, '부산 돌려차기' 부실수사 인정…"국가 1500만원 배상하라"
  • 포켓몬, 아직도 '피카츄'만 아세요? [솔드아웃]
  • 李대통령, 스노보드金 최가온·쇼트트랙銅 임종언에 “진심 축하”
  • 금융위 “다주택자 대출 연장 실태 파악”⋯전금융권 점검회의
  • 오늘의 상승종목

  • 02.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2,525,000
    • +4.16%
    • 이더리움
    • 3,051,000
    • +6.05%
    • 비트코인 캐시
    • 826,000
    • +7.06%
    • 리플
    • 2,161
    • +7.78%
    • 솔라나
    • 127,800
    • +8.86%
    • 에이다
    • 415
    • +7.51%
    • 트론
    • 417
    • +2.46%
    • 스텔라루멘
    • 249
    • +7.3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4,410
    • -2.87%
    • 체인링크
    • 13,170
    • +6.21%
    • 샌드박스
    • 131
    • +5.6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