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매년 뇌물수수 범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LH 내부의 만연한 도덕불감증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투데이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LH 사건을 분석한 결과 임직원들은 매년 1건 이상(총 8건)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LH 주택부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LH가 시행한 아파트 건축 공사의 현장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3년 6월~12월 공사 현장에서 이른바 함바 식당 브로커로부터 식당 운영권을 취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식당 운영 등과 관련해 각종 편의를 봐주는 명목으로 총 53회에 걸쳐 3700여만 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A 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LH 간부급인 주택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청렴하고 공정하게 공사의 업무를 처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함바식당 브로커로부터 식당 운영권과 각종 편의를 봐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B 차장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LH가 발주한 아파트 전기 공사 수주 업체로부터 '공정지연에 대한 제재를 무마하고 설계 변경 등에 관해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회에 걸쳐 4200여만 원 상당의 현금과 골프, 식사 비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사감독관 2명도 뇌물수수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SH에서 발주한 아파트 정보통신 공사 현장에서 공사 진행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각각 현금 2600만 원(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100만 원), 현금 1000만 원을 받았다.
B 차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300만 원을, SH 직원 2명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2600만 원,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익적 업무 집행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C 주거복지사업단장(2급)은 2016년 4~6월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에서 각종 공사의 입찰 수주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명목으로 5개 회사로부터 총 19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 단속을 통해 밝혀졌다.
그는 LH 견본주택 공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자 기술평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부하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C 단장은 블라인드테스트로 이뤄진 공사 설계 심사에서 직원들이 응모 작품을 알아볼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거복지사업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청렴하고 공정하게 공사의 업무를 처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각종 공사의 입찰 수주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부하들에게 부탁하는 등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질타했다.
최근 LH 직원들 부패 행위 중 절반 가까이가 외부 기관으로부터 적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통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입수한 '2014~2019년 LH 부패 행위자 현황'에 따르면 2014년 3건, 2015년 7건, 2016년 6건, 2017년 10건, 2018년 5건으로 나타났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9년에는 23건으로 급증했다. 총 54건의 40%가 넘는 24건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적발됐다.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부패 행위는 4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LH가 수사기관에 고발한 횟수는 2건에 불과했다. 직원들의 각종 비리에도 LH가 직접 고발한 사례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