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이슈로 떠오른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물납제'는 현금이 아닌 다른 재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금으로 낼 수 있는 제도다. 현재 물납 대상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 물납 대상을 확대하려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했던 문화재·미술품 처분에 관심이 쏠리면서 미술품으로 상속제를 납부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컬렉션 가치가 2조 원이든 4조 원이든 누가 책정하는지가 문제"라며 "소장품이 1만 점 이상인지 등은 기술적인 문제고, 기부할지 물납할지에 대해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내 미술관들의 연간 미술품 구입 예산으로는 세계적인 미술품을 컬렉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속세를 내려면 결국 옥션을 통해 판매될 텐데 해외 미술품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구매해 이 작품들이 다시 해외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것이 우리나라의 문화자산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해주는 게 맞고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안 될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위작 논란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미술품 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위작 논란이 있었던 당시 작가가 직접 위작을 인정하면 작품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지 않았냐"면서 "미술품 위작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해 진위를 밝혀줄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지만, 마음이 없더라"라고 한탄했다.
이어 "부동산도 공시지가로 한다"며 "미술 감정은 화랑협회도 못 믿겠고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문난 미술 컬렉터 중 한 명인 김 회장은 지난 3일 총회에서 제11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김 회장은 미술 외에도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펼치며 문화예술 후원에 앞장서는 메세나인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기업 경영 환경이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소양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며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문화공헌의 유형을 찾아 메세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메세나 전국 네트워크를 재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활동 중인 서울, 경남, 제주, 대구, 세종시에 이어 부산과 광주에도 메세나 단체 설립을 지원해 문화예술 지역편중을 해소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회장은 "지역 사업의 경우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며 "소외 계층에게 문화 바우처를 뿌리는 식의 직접 지원보다는 그 지역 중소기업의 메세나를 촉진해서 자발적으로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