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을 여러 차례 질타한데 이어 10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격노한 것은 이번 사안이 자칫 국정동력을 훼손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간담회 자리에서 "공정성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LH직원 투기의혹을 재차 질타했다.
8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고 "합동조사단, 경찰, 검찰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만이며, 3일 첫 메시지가 나온 이래 여섯번째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단호한 지시를 주문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가뜩이나 부동산 민심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일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은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일 3기 신도시 전체와 국토교통부, LH 임직원과 가족 전수조사를 지시한 뒤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5일에는 대전에서 열린 간호사관학교 졸업식 및 임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헬리콥터안에서 추가로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을 정도로 각별히 챙기는 중이다.
특히 10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간담에서 나온 메시지는 여론 추이에 민감한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LH공사 직원들의 토지 투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전제한 뒤 "대단히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하며 국토부나 LH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투기라는 '국민 역린'을 건드린 상황임을 제대로 인식하라는 질타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공정성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 역시 현 정부의 존립기반을 흔든 일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상의 적폐라는 문제의식이 굉장히 강하다"면서 "대대적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