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차 투기조사는 빙산 일각, 꼬리자르기 안돼

입력 2021-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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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3월 2일 시민단체에서 의혹이 처음 제기되고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이 참여한 합동조사단이 4일 만들어진 이후 1주일 만에 나온 결과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광명·시흥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지역에서 LH 직원 20명의 투기의심 사례를 확인했고,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와 LH 임직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경기·인천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직원의 토지거래를 특수본에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의 즉각 퇴출과 함께, 투기이익도 빠짐없이 환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예상대로 별 성과물이 없다. 우려됐던 바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 직원 4500여 명, LH 직원 9900여 명 등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기 신도시 6곳(광명·시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 이상인 과천 및 안산 장상지구 등의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토지 소유주와 직원 명단을 대조해 투기의심자를 가려냈다.

투기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벼락치기 조사에다 증거확보를 위한 경찰의 압수수색도 10일에야 이뤄졌다. 게다가 LH의 투기와 관련성 높은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 ‘셀프 조사’로 불신을 자초했다.

제대로 된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광명·시흥뿐 아니라 신도시 여러 곳에서 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었던 공직자들이 대거 투기에 나선 정황과 제보, 언론 취재가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조사 지역 확대는 물론, 정치인,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모든 관련 공직자로 대상을 넓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일부에 그치는 실명 거래보다는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借名) 거래가 만연했다고 봐야 한다. 신도시 지구뿐 아니라, 투기꾼들이 단기간 내 큰 시세차익을 노리고 표적 삼는 주변 지역도 조사돼야 한다. 투기의 전모를 제대로 밝혀내려면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에서 770명 규모로 특수본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조사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검찰은 배제됐다.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수사의 신뢰성이 의문이다. 대충 수사로 파장을 축소하고, 어물쩍 꼬리자르기로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적 분노만 증폭시킬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LH 수장으로 재직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이번 사태를 LH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로 몰아간 발언은 그런 의구심을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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