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쿠팡 날자 네이버ㆍ마켓컬리ㆍ이베이도 뛴다

입력 2021-03-14 14:54 수정 2021-03-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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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성공적 상장에 국내 이커머스 리밸류에이션 기대감 커져…IPOㆍM&A 급물살 탈듯

▲쿠팡이 11일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 11일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으로 100조 원이라는 높은 몸값이 매겨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재평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입성 계획을 알리는가 하면, 티몬은 연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11번가와 SSG닷컴도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주 매각 예비입찰을 실시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 이는 쿠팡 상장과 시장 재편 움직임을 지켜본 이커머스 업계가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국내 물류 투자에 전념…배송경쟁 더 불붙을듯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식이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0.71%(14.25달러)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이튿날에도 전날과 큰 변동없이 48.47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쿠팡의 시총은 현재 872억4600만달러(약 99조2000억원)다. 쿠팡은 이번 IPO에서 45억5000만 달러(약 5조1678억 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쿠팡은 외국기업으로서 2014년 중국 알리바바 이래 미국 내 최대 IPO 기업이 됐다.

쿠팡 성공신화의 최대 요인은 혁신을 통한 빠른 배송(로켓배송)이 꼽히는데, 실제로 쿠팡은 전국을 로켓배송 범위 안에 두겠다는 것이 목표다. 로켓배송이 가능하려면 첨단 IT기술이 적용된 풀필먼트(상품 보관부터 포장·출하·배송을 일괄 처리) 물류시설이 필수다. 이런 물류센터 한개를 짓는데 1000억원이 넘게 드는 만큼 확보한 투자금 상당수를 물류 인프라 조성에 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물류시설 투자를 통한 배송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제공=쿠팡)
(사진제공=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우리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에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K커머스를 수출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당분간은 국내 시장에 전념하겠다"면서 "세계 10대 이커머스 시장 중 유일하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않은 곳이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언제쯤 흑자 전환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계획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커머스 재평가 기대감…증권가, 네이버쇼핑 가치 35%↑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입성 덕분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재평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업체는 네이버다. 국내 이커머스 1, 2위인 네이버와 쿠팡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각각 18.6%, 13.7%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쿠팡에 자극받아 네이버의 리밸류에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최근 네이버 주가도 치솟고 있다. 국내외 언론의 쿠팡의 상장에 대한 보도가 연초부터 쏟아졌음을 고려할 때 지난해 말 29만25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2일 38만500원으로 30.1% 치솟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6.3%보다 훨씬 높다. 오프라인 사업 중심의 이마트(17.8%), 롯데쇼핑(23.9%)보다 가파르다. 최근 네이버는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에 이어 이마트와 협력을 통해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쿠팡의 기업공개를 계기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면서 네이버쇼핑의 가치를 기존 20조8000억 원에서 28조 원으로 34.6% 올려잡았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제공=마켓컬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제공=마켓컬리)
마켓컬리도 美 증시 입성 가능성 '활짝'

IPO(기업공개)를 저울질하던 마켓컬리도 쿠팡의 상장에 자신감을 얻어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인터뷰를 통해 마켓컬리가 쿠팡처럼 올해 중 미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마켓컬리에 대해 약 8억8000만 달러(한화 1조 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2015년 ‘샛별배송’을 시작해 새벽 배송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킨 선구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신선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해 평균 주문 처리량인 9만 건의 2배 가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높여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매각 흥행 기대 커진 이베이...티몬·11번가도 상장 추진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쿠팡의 높아진 몸값을 반기는 업체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쿠팡보다 1.2%p(포인트) 뒤쳐진 12.5%다. 거래액은 쿠팡이 22조 원, 이베이는 약 20조 원이다. 이베이는 16일 예비 입찰을 진행할 계획으로 현재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MBK파트너스, 카카오 등이 투자 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연초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베이의 몸값은 4조~5조 원 내외로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쿠팡의 치솟은 몸값 덕분에 더 이상 이베이 가격이 거론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베이가 6조 원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티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30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PSA컨소시엄이 255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500억 원을 추가 출자했다.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티몬은 하반기에 IPO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업계에서 평가하는 티몬의 시장 가치는 최대 2조 원 수준이지만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기폭제로 작용해 티몬의 몸값이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높다.

11번가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이 업체는 2018년 국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2023년까지 상장을 통해 투자 회수를 약속한 바 있다. 11번가 역시 당시 기업 가치를 2조 원 안팎으로 평가받았지만, 몸값이 더 뛸 여지는 충분해졌다.

지난해 50% 가량 성장하며 ‘슈퍼루키’로 자리매김한 SSG닷컴 역시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8년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SG닷컴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물류센터 시설 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NH투자증권은 “쓱닷컴은 쿠팡과 유사한 B2C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향후 5년내 하루 배송 물량을 3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쿠팡의 밸류에이션 적용 시 쓱닷컴의 적정가치는 3조~5조 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쿠팡의 상장은 이커머스간 경쟁을 격화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오히려 기존 변화에 부합하지 않은 소비 모델을 가진 전통 유통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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