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메디톡스 케이스' 따르려면…보상금액 합의점이 관건

입력 2021-03-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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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방식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여러 가능성 열어 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 합의가 장기화하면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처럼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전자와 후자의 결정적인 차이를 합의 금액에 대한 견해차로 보고 있다. 이 부분만 합의한다면 지급 방식 등 나머지 부분은 원활히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배상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중에 '메디톡스 케이스'처럼 양사가 합의에 이르려면 지급방식보다는 보상금 규모를 합의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메디톡스 케이스란 보톡스 균주 도용을 둘러싸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6년간 소송을 벌인 사건이다. 지난달 양사는 합의를 보며 소송이 일단락났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판매 관련 자사의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했다.

합의의 핵심 내용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미국에서 나보타 판매ㆍ유통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하되, 에볼루스는 합의금(약 380억 원)과 나보타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도 16.7% 취득했다.

LG와 SK의 소송에서 이 합의 내용이 화제가 된 것은 이달 초 LG에너지솔루션이 언급한 이후다.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의견서를 공개한 이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SK가 협상 테이블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하게 협상할 생각"이라며 메디톡스 케이스에 비춰 합의 방식과 규모 등을 에둘러 제시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례를 보면 합의금 지급 방식은 일시금 현금, 지분, 매년 일정 매출액 퍼센트 나눠 받는 로열티 등이 있었다"며 "보톡스 시장 규모는 현재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의 10분이 1이 안 되는데 합의금은 총액 4000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합의 규모로는 약 4조 원을, 합의 방식으로는 일시금 현금, 지분, 로열티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중 지급방식에 대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나 LG에너지솔루션 모두 현금과 지분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합의금에 대한 이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으로 2~3조 원을, SK이노베이션은 1조 원 미만을 제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반면, 합의금 규모에 대해서는 최근 LG 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들은 10일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향후 자세히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보상 금액이 너무 높아 지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직후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당사의 제안을 가해자 처지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 불가라고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2조 원가량 벌어진 합의금 격차에 대해 양사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 결국 관건은 배상 규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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