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에서 거래(매매ㆍ증여ㆍ교환 등)된 토지(건축물이 포함되지 않은 토지)는 1만6130필지다. 이 가운데 세종시가 아닌 지역에 사는 외지인이 취득한 토지만 1만786필지에 달했다. 2012년 세종시가 특별자치시로 승격된 이래 가장 많은 외지인 매수세다. 지난해(8558필지)와 비교해도 2000필지 넘게 외지인 매수가 늘었다.
외지인 매수를 부추긴 건 여당발(發) 행정수도 완성론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세종시로 국회와 청와대, 그리고 아직 서울ㆍ과천에 남은 정부 부처를 세종으로 마저 옮기자고 주장하면서 외지인 매수세 불이 붙었다.
지난해 상반기 외지인이 취득한 세종시 토지는 4384필지였지만 김 대표 발언이 나온 하반기엔 6420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대출 규제나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규제를 받는 세종시 아파트와 달리 토지는 무풍지대로 남아있었던 게 외지 투자자가 몰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세종시 공직자들도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세종시 공무원 A씨는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농지를 산단 조성 반 년 전 매입했다고 시(市)에 자진신고했다. A씨는 노후 농사를 위해 농지를 샀다고 해명했으나 세종시는 경찰에 A씨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 소속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도 가족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후 해당 지역에 도로 포장 예산을 편성한 사실이 드러나 당에서 징계를 받았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선 전면적인 투기 의혹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이 감사원에 이 의장 투기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정의당 세종시당도 정부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세종시 투기 여부를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한동안 세종시 땅 투기 바람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포함해 스마트 산단 조성, 유보지 택지 건설 등 개발 호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