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이 저축의 대명사로 불리고, 예금·적금이 주된 재테크 수단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최근의 금융상품은 저금리를 만회하고자 날로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처럼 이제 막 투자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길게 지어진’ 펀드의 상품명부터 어려울 수 있고, ELS나 ETF처럼 비슷한 영어약자로 된 상품을 구분하여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남들 따라 주식에 투자하자니 변동성이 큰 장세에 혹시나 폭락이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돼지저금통에 저금하듯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예·적금 금리에만 의존하기엔, 우리의 기대여명은 길고 자산시장의 상승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최근 조정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코스피는 3000선을 뛰어 넘고, 부동산은 물론 비트코인까지 합세한 투자 열풍에 자칫 나만 “벼락 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시장은 이미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되고 있으며,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서 자산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의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투자한 이후에도 시장상황이나 목표 수익률에 따라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재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금융과 경제에 관심을 갖는 개인의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투자자라면 이러한 일련의 투자과정을 도와주는 맞춤형 자산배분 상품 가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전 금융기관 1인 1계좌 개설이 가능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5년 전에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출시되었고, 올해 혜택을 강화하고 제약은 완화하여 새롭게 단장하였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 펀드, 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가 가능하다. 이 중에서 ‘일임형 ISA’는 금융회사가 모델포트폴리오(MP)를 구성하고 상품선택과 운용을 맡고 있다. 가입자는 구체적인 운용 지시를 할 필요가 없으며, 모델포트폴리오 중에서 투자성향에 맞는 유형(△초고위험△고위험△중위험△저위험△초저위험)을 선택하면 된다.
일임형 ISA는 운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세금 혜택도 탁월하여 ISA에서 발생한 이자의 200만 원(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이며 이를 초과해도 9.9%로 과세하고 종합소득세에도 합산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비과세 적용을 위한 의무가입기간(만기)이 3년으로 완화되었고 자유롭게 연장도 가능하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매년 납입한도는 2000만 원인데 납입한도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 해로 이월되어 최대 1억 원까지 한도가 누적된다. 노후자금 마련에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ISA 만기자금은 연금계좌 연간납입한도(최대 1800만 원)와 별도로 이체 가능하고 이 경우 300만 원 이내에서 이체금액의 10%까지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일임형 ISA 외에도, 상품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거나 포트폴리오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면 ‘신탁형 ISA’나 ‘중개형 ISA’를 가입할 수 있으니 알아두자. 특히, 올해 도입된 중개형 ISA에는 주식도 편입할 수 있는데, 계좌 내에서 운용하는 수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수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므로 2023년부터 도입되는 주식투자 양도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절세통장이 될 수 있다. 단, ISA 가입 시 종류에 따라 운용에 따른 수수료가 다르게 부과되므로 반드시 챙겨봐야 할 부분이다.
자산관리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저금하면서 노후까지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생활하면서 모아온 소중한 자산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저축만으로는 불안하고 투자는 고민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맞춤형 상품을 가입하거나 주기적인 리밸런싱부터 시작해 보자. 새봄에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집 안을 단장하듯, 봄맞이 나의 돼지저금통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