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로를 향한 비판을 자제하지 않고 있어서다.
먼저 15일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첫 선대위 회의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일정한 토론을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안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17~18일 단일화 여론조사에 앞선 토론회 개최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토론회를 여러 차례 열자는 오 후보 측의 요구에 안 후보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일화 여론조사 때 소속 정당과 기호를 명시할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안 후보 측은 소수정당이라 불리할 수 있어 빼자는 입장인데,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자기 당의 기호와 이름을 내고 하는 후보지, (둘 다) 자연인 후보가 아니다”며 “이런 걸 무시하고 딴짓을 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야권분열 우려를 내놨다. 그는 “만약 안 후보로 단일화되고 당 외곽 유력 대권 주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된다면 이번 대선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품어 큰 야권을 형성하겠다는 안 후보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즉, 자신이 단일후보가 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야 내년 대선에서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와 원만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구상대로 된다면 국민의힘 밖에 각 대권 주자들 중심으로 세력이 흩어져 험난한 단일화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비판을 쏟아내자 안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3자 구도를 내심 노리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요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때문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라며 “저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 함께 싸운 모든 분에 대한 모독이다. 문재인 정부의 서슬이 시퍼럴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 저보고 야권분열의 중심이고 씨앗이라고 말씀하실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이게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인가. 그렇다면 저와 단일화를 하실 하등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