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차기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시선

입력 2021-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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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식과 정의, 국민을 부르짖으며 사퇴한 지 10여 일이 지났다. ‘자연인 윤석열’의 신분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조만간 알게 될 테니 차치하고, 이제 어떤 인물이 차기 검찰총장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작은 국민 천거다. 법무부는 15일부터 22일까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 천거를 받는다. 법무부는 국민이 추천한 이들을 추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린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인사검증 자료를 수집해 심사하고 평판 조회 등을 거쳐 3명 이상을 추천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추천위 구성에 적어도 3주가량 소요됐으나 이번엔 윤 총장이 물러난 지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맡았다.

법무부는 3명 중 1명을 압축해 대통령에 제청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로 지명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게 된다.

이때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다. 국회는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20일 이내 마쳐야 한다. 부득이할 경우 기간을 10일 연장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 관계가 지속하는 요즘 국회 분위기라면 윤 총장 때처럼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수 있다.

문무일 전 총장과 윤 전 총장 때를 고려하면 차기 검찰총장 임명은 천거 시작일로부터 40~60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관문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차기 검찰총장의 경우 5월은 돼야 임명될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최장 두 달간 선장 없이 망망대해를 떠돌아야 할 검찰 앞에 놓인 사건들은 만만치 않다. 당장 여권과 대립하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일가에 대한 재판과 월성 원전 자료 삭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공판의 공소유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특권층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경찰과 협력해 엄정한 사법처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직접수사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검찰은 외풍에 취약하다. 역사적으로 권력 위에 군림하려는 세력은 언제나 있어왔다. 검찰총장은 이들로부터 검찰의 수사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자가 차기 검찰총장의 자격이 있다. 정치색을 뺀,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위해 조직을 추스르고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 리더십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불안하다. 2022년 3월 9일 대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차기 검찰총장 임명 예상 시점을 기준으로는 10개월가량이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어둡다. 검찰 내에서 유력하게 언급되는 후보자가 차기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현 정권을 유지‧방어하는데 검찰력이 동원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형사‧공판부 강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실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정당성 확보를 위한 화려한 포장에 그칠 수 있다.

고위공직자수사처, 법무부처럼 비검사 출신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선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친정 인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각종 변수가 도처에 있는 만큼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사람은 그동안의 말과 행동으로 판단 받는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어도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차기 검찰총장을 기대한다. 여러 단계를 거친 검증된 인물이라는 수사(修辭)가 거짓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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