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이슈가 재부상했다. 15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불법사찰 정보 자료요청 경과보고를 받고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반대 민간인 사찰 문건을 공개하면서다.
정보위는 이날 불법사찰 정보 자료요청 경과를 보고 받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심의했다.
여야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불법사찰 문건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지 않고 소극적이라 정보위원들의 질책을 받았고, 한 달 내 성과를 내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내달 중순에 한 차례 더 경과보고를 받기로 했다. 결의안의 경우 국민의힘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에 회부돼 심의가 미뤄졌다.
정보위에서 불법사찰 관련 새로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여야 위원들의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 브리핑에서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전 진보정권에서도 사찰이 이뤄졌다는 주장을 내놨고, 김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런 이견은 국정원이 사찰 문건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터라 여야는 불법사찰 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이 청구가 없는 상태에서 문건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건 법 위반이라고 해 여야가 합의해 특별법을 만들고 60년 흑역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 의원은 “사찰 지시가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조직과 예산이 투입돼 일각에선 3만 명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사찰 범위를 숨김없이 보고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 논의는 내달 재보궐 선거를 마친 후 착수한다는 방침도 함께 전했다.
같은 날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반대 환경단체·농민단체·종교계·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들의 현황과 취약성, 우호 단체 활용 대응 방안 등이 담긴 8종 문건을 공개했다. ‘좌파 종교·환경단체 이념적 편향성과 특정 정파 지원활동’ 공개를 통한 비판여론 조성, 비판적 언론보도는 ‘유언비어 유포’로 규정해 언론중재위에 제소,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의 측면 지원 유도 등 대응방안이 담겼다.
2008~2010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들에는 작성 이유에 ‘청와대 요청’이라고 명시돼있고, 배포처는 청와대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수석·대통령비서실장·국무총리실장 등이 적시됐다. 특히 민정수석에 보낸 문건에는 사찰 단체 핵심인물 신원과 ‘비리자료’라고 이름 붙인 내용이 포함됐다.
또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과 반대인물 관리방안 문건에는 당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재임했던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이라고 표기돼있다. 다만 이에 대해선 하 의원이 나서 “(국정원이) 박 후보가 직접 지시해 보고 받았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고 비호했다.
국정원 불법사찰 이슈는 재보궐 선거 이후에 국정원 문건 추가 보고와 특별법 추진이 진행될 예정이라 당장 쟁점으로 부상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박 후보가 시민단체들이 공개한 4대강 문건으로 관련성이 제기돼 다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가 정치권 최대화두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불법사찰은 재보궐 이후 내년으로 다가오는 대선과 관련해 정쟁 소재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