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사상 처음으로 나왔다.
일본 북부 삿포로 지방법원은 17일 동성 간 법적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동성 커플 세 쌍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총 600만엔(약 62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다만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은 현행 규정이 ‘법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고 규정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삿포로 외에도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일본 전국 5개 지방법원에는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는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삿포로 지방법원은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스스로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개인의 성질로, 성별, 인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면서 “결혼은 가족이나 신분 관계를 규정하는 법적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절차를 동성 커플에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 아래 평등을 보장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남성 커플 2쌍과 여성 커플 1쌍이다. 이들은 모두 2019년 1월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법률에 위배된다며 접수되지 않자, 같은 해 2월에 제소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호적법과 민법의 규정에 따라 동성 결혼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고 측은 “동성과 결혼하지 못해, 혼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입법 조치를 게을리 한 국가의 대응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동성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일본 국내에서 확산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이 위헌이라는 것을 “국회가 즉시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국가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정부 측은 혼인 제도에 대해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관계에 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입법 재량의 범위 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