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박범계, 첫 수사지휘권 발동…'한명숙 사건' 대검 부장회의 심의 지시

입력 2021-03-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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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검찰 갈등 재국면…사실상 기소 압박 해석 가능성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기 중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도록 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갈등을 겪을 전망이다.

"부장검사 회의서 감찰부장ㆍ임은정 의견 청취하라"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증인 A 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지휘했다.

박 장관은 "회의에서 감찰부장,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1년 3월 23일 자 증언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위와 같은 논의결과를 기초로 포괄일죄 법리에 따라 2011년 2월 21일 자 증언내용까지 포함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A 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지휘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 22일 공소시효 만료

한 전 총리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된 후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한 재소자는 당시 수사팀이 동료 재소자들을 압박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그가 낸 진정은 법무부에 접수돼 대검으로 넘어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를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한 달여간의 조사를 마친 뒤 대검 감찰부에 사건을 넘겼다. 대검은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임은정 부장검사가 감찰과 수사에서 강제로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임 부장검사에게 처음부터 사건을 배당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의 무혐의 처분 이후 박 장관은 6000쪽에 이르는 감찰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결론의 적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지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며 “대검 부장회의가 현존하는 가장 나름 의미 있는 협의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대 4번째 수사지휘권 발동…기소 압박 우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번이 4번째다. 천정배 전 장관이 2005년 처음 발동한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두 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윤 전 총장에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관여하지 말도록 한 데 이어 10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가족·측근 등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지휘한 바 있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는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종결 처리된 사건을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을 두고 사실상 기소 압박을 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6000쪽 기록을 다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며 “(박 장관에게) 심증이 있었고 살짝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희가 말하긴 그렇다(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수사지휘를 조심스럽게 하는 이유가 기소를 해야 한다는 암시를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혐의 유무 등 장관이 이야기하면 바로 대검에 영향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박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해 이 사건에서 드러난 위법ㆍ부당한 수사절차 및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하고 결과, 개선방안 신속 보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방식,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ㆍ조사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합동 감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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