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금융 양극화①] 코로나 대출 받아 '주식 앱' 켜는 사장님들

입력 2021-03-18 05:00 수정 2021-03-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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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살리라고 금융지원 해줬더니 주식 투자
나랏돈 빌려 돈 버는 소상공인…제도 헛점 악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2021년 1월 7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섰다. 이 사건을 두고 여당 정치인들은 “국내 경제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고 평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라인 소매점을 운영하는 정일국(가명) 씨의 가슴도 뛰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우량주 약 1000만 원 어치를 매수해 14%의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주식만으로 보름치의 월급을 번 정 씨는 코로나 대출로 받은 2000만 원으로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 경제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정씨의 스마트폰 속 경제는 붉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정부와 은행권은 코로나19로 경제가 경직되면서 당장 내일을 불투명한 사람들이 생기자 코로나 대출 상품을 내놨다. 생계를 위한 대출이기 때문에 여타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동학 개미’ 정씨는 주식으로 재미를 보자, 코로나 대출을 받아서까지 주식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 대출의 본 목적과는 다르게 쓴 것이다.

정씨가 코로나 대출까지 받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던 이유는 그가 회사에 다니면서 자영업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와 달리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믿는 구석, 즉 월급이 있었다. ‘투잡러’ 정 씨는 경기도 소재 IT 기업에선 ‘대리’, 동업자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에선 ‘사장님’이다.

2019년 3월부터 소소하게 매출이 잡혀 있던 덕분에 정씨는 ‘사장님’ 직함으로 2000만 원의 소상공인 특별 프로그램 대출을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주식을 샀다. 만기 5년에 금리는 2% 후반대로, 첫 2년은 이자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원금과 같이 상환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정씨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업은 코로나19의 여파가 크지 않았지만 코로나 대출을 받는 데 장애물은 없었다. 여느 업종처럼 매달 5만 원씩 이자를 내면 2000만 원을 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금리까지 저렴해 정씨가 코로나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똑같은 위기가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하루 가게 문 열기도 어려웠던 식당 사장과 달리 투잡러 정씨에겐 코로나19는 오히려 찬스였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낮은 금리와 코로나19가 만든 주식 시장 활황은 그에게 놓칠 수 없는 호기였다. 정씨가 다른 소상공인과 다르게 주식에 대출금을 ‘올인’해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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