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동기 두고 이견…“증오범죄 판단 일러” vs “‘성 중독’ 변명 말라”

입력 2021-03-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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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 “성 중독 진술…인종적 동기 유발 초기 징후 없어”
한국계 의원 “아시아 겨냥 폭력 급증…명확하게 규명돼야”

▲16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의 스파 업소 외부에 범죄 현장 접근 차단 테이프가 보인다. 애틀랜타/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의 스파 업소 외부에 범죄 현장 접근 차단 테이프가 보인다. 애틀랜타/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의 동기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 당국은 초동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번 범행 동기를 인종적 증오범죄로 판단하기 이르다고 발표했지만, 한인 사회에서는 이를 증오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저녁 애틀랜타와 인근 마사지숍과 스파업소에서 총격 사건 3건이 잇달아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으며, 이 중 4명은 한인 여성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계 시민들을 향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 사건도 인종 혐오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건 동기와 경위를 파악 중인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짓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애틀랜타 경찰과 시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로버트 애런 롱이 인종적 동기를 부인하면서, 자신이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그의 진술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과 증오범죄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인종적 동기에서 유발됐다는 초기 징후가 없으므로 증오범죄인지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러한 초동 수사 결과 발표에 한인 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계 미국 의원들은 이 사건의 동기를 다른 데서 찾는 것에 경계를 나타내면서, 혐오 범죄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용의자가 범행 당시 “모든 아시아인을 죽이겠다”고 발언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소속의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은 “인종적 동기에 따른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겨냥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 또는 성중독으로 변명하거나, 이름을 다시 붙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종적 동기에서 유발된 폭력 행위는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당국의 전면적인 수사와 정의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다수의 조사 결과들은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과 폭력이 급증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너디노 연구소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전년 대비 149%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태평양계 혐오 사건을 신고받는 민간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올해 1~2월에만 미국 전역에서 500여 건이 넘는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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