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보호자 없는 집에서 불이 나 초등생 형제 중 동생이 사망해 ‘라면형제’로 불린 사건의 또 다른 진실이 밝혀졌다. 기존 보도와 달리 화재는 라면을 끓이다 난 사고가 아니었으며 형제의 어머니는 가정폭력 피해자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라면형제로 불리는 아이들의 어머니 A씨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사실은 제가 그 시기에 약 먹고 나쁜 생각이 들 때였다. 내가 이 집에서 진짜 죽을 것 같았다"며 "애들은 자고 있는데 내가 아이들에게 되게 미안한 생각만 들고, 그냥 그날은 집에 있기 싫었다"는 A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최근까지 사건을 취재한 김새봄 뉴스타파 PD에 따르면 아이들의 부모는 오래전 이혼을 한 상태였으며 A씨 혼자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A씨는 우울증약도 복용 중이었는데 그 원인은 가정폭력 때문이었다.
A씨는“아빠가 알코올 중독인 것처럼 엄청 취할 때까지 술을 많이 드셨다”며 “엎드려뻗쳐하고 엉덩이, 허벅지를 당구봉으로 맞았다”고 전했다. 다른 보호자도 없어 동생에게 피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고 말했다.
또 A씨 부부가 이혼할 당시 작성한 이혼 입증 서면에서 "남편이 수시로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다" "아이에게도 폭력, 폭언이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등의 기록도 발견됐다.
결국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방임이라는 형태의 아동학대 가해자가 된 셈이다.
또 형제가 부모의 방치 속에서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앓는 형 B군이 불장난을 하던 중 실수를 해 큰불로 이어졌다. B군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로 사건은 내사 종결됐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경위를 설명하면서 '라면'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PD는 "B군이 깨어나 자신이 라면 형제라고 불린다는 것을 기사 검색을 통해 알았다"며 "'엄마가 자꾸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나쁜 사람은 나'라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