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곡1구역 조합원 일부는 이달 3일과 6일 각각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합 집행부 해임을 의결했다. 조합이 시공사 경쟁입찰을 꺼리면서 조합원 재산에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에선 이들이 연 총회가 총회 성립을 위한 정족수에 미달한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과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신월곡1구역 조합 관계자는 "사흘 만에 연이어 총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흠결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법원은 다음 달 총회 유효 여부를 다툴 첫 심리를 연다.
양측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부분은 시공사 교체다. 신월곡1구역은 2009년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유효한 조합원 총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12년째 계약서에 서명을 못 하고 있다. 조합 집행부 교체를 요구하는 측에선 시공사를 경쟁입찰로 재선정해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합에선 "시공사를 교체하려면 그로 인한 소송과 입찰 과정 등으로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표한다.
양측이 맞서는 상황에서 올해 초 조합 집행부의 땅 거래까지 다툼 불씨가 됐다.
현 조합에 반대하는 쪽에선 조합 임원 일부가 내부 정부를 이용해 구역 내 땅을 사들였다고 주장한다. 하월곡동 H공인 관계자는 "감정평가 직전 조합 임원 일가가 땅을 쪼개 사는 건 갈등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 측은 "부동산에 공개된 매물로 누구나 살 수 있던 걸 조합 근무자가 포함된 다수 조합원이 본인 능력에 맞게 매수하게 된 것"이라며 "현금청산을 안하기 때문에 조합엔 도움이지 피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월곡1구역은 한참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었다. 아파트 2200여 가구와 오피스텔 700여 실 건설을 추진하는 신월곡1구역은 조합이 설립된 지 11년 만인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올 2월엔 조합원 분양 신청도 마무리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신월곡1구역에 47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다 ‘미아리 텍사스’ 사창가를 없애고 지어지는 만큼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조합 집행부 자리를 두고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 재개발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합 관계자는 "애초 7월을 목표로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이었지만 이대로면 집행부가 유지돼도 3개월 이상 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월곡1구역 향방을 두고 인근 성북동 성북2구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구역은 함께 결합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성북2구역의 용적률을 낮춰 신월곡1구역으로 이관하는 대신 신월곡1구역은 분양 물량과 개발 수익 일부를 성북2구역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신월곡1구역 조합과 성북2구역 조합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재판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협상은 멈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