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 갈등...해법은?

입력 2021-03-18 17:44 수정 2021-03-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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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복병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잖아.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어. 바로 여론조사 방식이야.

이 두 후보는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 비율 때문에 후보등록일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단일화를 불발시켰어. 원래는 17일까지 단일화 룰에 합의하고 18~19일 오전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 19일 오후 6시까지 후보등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 비율 때문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유선 비율 높으면 '오세훈', 무선 우선이면 '안철수' 우세

이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 비율이 왜 뜨거운 감자가 됐냐 하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반영 비율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야. 정치권에서는 유선전화는 보수층과 고령층 응답률이 높아 국민의힘 지지층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당. 오세훈 후보가 속한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비율을 최소한 10% 반영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안철수 후보가 속한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로 진행해야 한대. 유선전화 비율이 높으면 오세훈 후보가, 무선전화만으로 하면 안철수 후보가 유리하다는 거지.

이런 추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어. 얼마 전 문화일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조사(3월 13~14일 시행)했는데,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비율로 했을 때는 오 후보(39.3%)가 안 후보(32.8%)를 앞질렀어. 반면 SBS 의뢰로 실시한 넥스트리서치 조사(3월 13일 시행)에서는 100% 무선전화로 했더니 안 후보(36.1%)가 오 후보(32.3%)를 제쳤다는(표본오차는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번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상황. 두 후보가 전화 여론조사 비율에 사활을 거는 거, 납득이 가지?

야권 후보 단일화 불발, 한강서 화풀이?

일각에서는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이 커. 당연히 국민의힘 측 목소리가 크지.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그러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전 국민의 26%(2019년)가 유선전화를 쓰고 있대. 안 후보에게 오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이라는 거지. 유선전화 가입자의 목소리도 인정하라고.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해지니까 엉뚱한 데로 불똥이 튀었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후보가 ‘갑분 비방전’을 벌이고 있는 거야. 화근은 오 후보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 이준석이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겨냥해 “안 대표를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다.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얘기도 여의도에 퍼져 있다. 그분과 착각하신 것 아닌가 한다”고 맞받아친 거.

이 얘기가 화제가 돼서 기자들이 18일 김 위원장한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안 후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까지 했어. (원래 친족은 건드리는 게 아닌데.)

아 놔... 단일화 여론조사 시간도 촉박한데, 양 진영이 이렇게 말싸움만 하면 야권 분열만 부각 돼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까먹은 모양이야. 오세훈이고 안철수고, 국민의힘이고 국민의당이고. 오·안 두 후보는 제각각 후보 등록하고 나서 2차 협상에 나선대.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한다는 건 공수표가 된 거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와 현 정권의 실정 때문에 야권이 먹고 들어가는 선거인데, 말도 안되는 힘겨루기라니. 단일화, 아름답진 못해도 추하진 말자!!

모바일 시대, 흐름 못 따라가는 전화 여론조사

아무튼, 다시 전화 여론조사 얘기로 넘어가서... 요즘 같은 시대에 전화 여론조사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아? 여론조사라는 게 표본 틀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요새 유선전화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여든을 바라보는 우리 어머니도 휴대전화만 쓰신다구!) 그렇다고 무선전화 비율만 100%로 하는 것도 좀 그래. 무선 기기와 친하지 않은 초고령 어르신들은 어쩌라고?

유선을 섞어서 하든 무선으로만 하든, 전화 여론조사에 대해선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야.

게다가 여론조사 응답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모르는 번호가 뜨니까 아예 안 받는 경우가 많고, 받더라도 여론조사 회사라고 하면 바로 끊는 사람이 대다수지. 그런 와중에도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은 그냥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매우 높은 ‘적극적인 정당 지지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지.

그래서 전화 여론조사는 유·무선 전화 비율의 적정성과 응답률 문제, 조사 과정에서 ARS 방법에 대한 신뢰성 등이 중요해.

그런데도 지지율 속보전을 위해 당일치기 조사를 한다면 재접촉이 제한되고 무한 대체걸기를 통한 할당 채우기는 심각한 선택편향을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유ㆍ무선 전화 여론조사 논란은 계속 반복된다는 거. 차기 대선에서도 또 벌어질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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