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거품붕괴 임박했나...발 빼는 투자은행

입력 2021-03-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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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자산관리 고객에게 스팩 투자 제안하는 전화 금지 조치
스팩은 월가 은행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UBS 본사 전경. 취리히/AP뉴시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UBS 본사 전경. 취리히/AP뉴시스
최근 기업공개(IPO)의 대안으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거품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월가 일부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은 월가 주요 은행인 UBS가 자산관리 고객에 대한 스팩 투자 제안을 조용히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UBS는 이달 초 자산관리 대상인 자산가들에게 특정 스팩 주식의 거래와 관련해 매수 또는 매도를 제안하는 전화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스팩이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전까지는 회사와 관련한 정보나 연구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팩이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비상장 기업과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사로 만들 수 있다. 영위하는 사업 없이 상장부터 먼저 진행한다는 점에서 ‘백지수표 회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팩은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잘 골라 투자하면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합병 대상 기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으면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최근 우주여행업체 버진갤럭틱과 스포츠베팅·온라인 카지노업체 드래프트킹스, 유명 성인잡지 회사 플레이보이가 스팩을 통해 증시에 데뷔하면서 관심과 투자금이 집중됐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800억 달러(약 90조46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이 스팩시장에 몰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 열기가 뜨겁다 보니 스팩 설립자도 빌 애크먼과 같은 베테랑 투자자에서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래퍼 제이지(Jay Z)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UBS의 이번 결정은 미국 금융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을 포함해 일부 유명 금융권 인사들 사이에서 스팩 투자 과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블랙록의 최고 채권투자책임자인 릭 리더는 이번 주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팩을 통해 새로운 회사와 신기술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것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UBS의 이번 결정 이후 다른 투자은행(IB)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 사이에서 스팩은 중요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주관만큼은 수수료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스팩 수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을 확보하고 주식의 가격 하단을 형성하는 일에 대한 수수료 수입이 꽤 쏠쏠해졌다. 딜로직에 따르면 UBS는 월가 주요 금융사 중 6위의 언더라이팅(underwriting·총액인수) 업체로 지난해 미국에 22개 스팩 상장을 지원했다. 웰스파고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고,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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