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한미금리, 수급에 장사 없다

입력 2021-03-21 13:53 수정 2021-03-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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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시장 달래기 하루 천하로 끝
SLR 종료로 조기 테이퍼링 경계감도
한미, 경기부양책에 물량부담 지속될 듯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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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지는 듯 했던 금리상승세가 재개되면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의 시장 달래기가 하루를 버티지 못한 모습이다. 경기호조와 물가상승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격적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급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7246%를 기록해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이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키로 한 영향이다.

SLR 규제완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연준이 지급준비금을 풀어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총자산에서 국채와 연준 지준금을 제외해주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국채를 더 살 수 있었다. 규제완화 종료로 시장에서는 미국 은행들이 3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내다 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99%로 사흘 만에 2.1%를 밑돌았다. 다만, 오전장 고시금리가 2.171%를 기록하는 등 상승압력은 여전했다.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다음 달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장기물에 대한 물량을 조절하고, 이번 주 예정된 비경쟁인수에서 30년물 발행을 늘리겠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한미 모두 단기물보다는 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실제, 미국채의 경우 10년물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간 금리차는 156.74bp(1bp=0.01%포인트)로 5년8개월(2015년 7월 29일 158.83bp)만에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원화채의 경우 10년물과 3년물 간 금리차는 101.7bp(18일 기준)로 10년 2개월(2011년 1월 13일 107bp)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이는 경기개선 기대감과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4.2%에서 6.5%로, 물가상승률을 이전 1.8%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올 성장률은 3.0%로 유지했고, 물가는 0.3%포인트 올린 1.3%로 예상했다. 다만,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혀 다음 전망에서는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할 뜻을 밝혔다.

SLR 규제완화 조치가 예정대로 종료되면서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3월 FOMC에서 향후 금리인상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상 평균치는 변화가 없었지만, 내년과 2023년 금리인상을 전망한 연준위원들은 각각 4명과 7명에 달했다. 이는 기존 각각 1명과 5명에서 늘어난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수급부담이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공격적 경기부양책에 서명했고, 국내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자금조달을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채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경기부양책 통과로 1조 달러 넘게 국채가 발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SLR 완화조치 종료 등 금리상승을 자극할 이슈도 많다. 국내 시장도 추경관련 집행이 2분기에 집중될 예정이다. 반면, 최근 외국인을 비롯해 보험사, 은행권에서도 순매도하면서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라며 “(미 연준이나 한국 당국에서) 추가 조치가 없는 한 3분기까지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도 과도한 국면이라 더 벌어지긴 어렵겠지만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는 것도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채권담당 본부장도 “이런 규모의 물량을 받아본 적이 없다. (대응) 방법이 없어 금리상승세는 더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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