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18년 12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 바란다’란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부총리로 내정된 그에게 그동안 해왔던 장시간 회의를 짧게 해 달라는 아주 작은 충고였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은 긴 회의 대신 직원들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최근 만난 한 기재부 공무원의 얘기를 들으니 전혀 변한 게 없었다. 변한 게 없을 뿐 아니라 생각이 더 꽉 막힌 듯했다. 지난해 10월 한글날 등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홍 부총리가 직원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며 휴가를 가라고 적극 권했다고 한다. 기재부 직원들은 ‘이게 웬 횡재냐’며 휴가 계획을 짰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일요일도 아닌 토요일에 갑자기 간부회의를 지시했다. 불만이 폭증하자 당시 고위공무원 A 씨가 대표로 홍 부총리에게 휴가를 가라면서 회의를 열면 어떻게 하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러자 홍 부총리가 “내가 언제 실ㆍ국장들 휴가를 가라고 했느냐. 공지를 다시 한번 잘 봐라”고 했단다. 근데 홍 부총리의 공지에는 주무관과 사무관들에게 휴가를 가라는 내용만 언급돼 있고 과장급 이상은 거론되지 않았다. 결국, 토요일 간부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일부 간부들은 예정된 휴가를 취소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또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3일 국회에서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회의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깜짝 발표였다. 당시 기재부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의 거센 반발에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결국 10억 원이 유지됐다. 홍 부총리는 “2개월 동안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의 소동은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지만 홍 부총리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졌다.
홍 부총리의 임기는 교체가 된다면 4·7 재보궐선거 이후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부총리 입장에서 적어도 1년의 임기는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 부총리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홍 부총리가 될 줄도, 이렇게 오래 할 줄도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이제는 홍 부총리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를 욕하지만, 그의 성품을 보건대 그동안 열심히 했다.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에게 어울리는 드라마는 22년간 방영했던 전원일기가 제격이다. 전원일기의 첫 회 제목은 “박수칠 때 떠나라”였고, 마지막 회 제목은 “박수칠 때 떠나려 해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