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發 입주물량 공세에 봄날 맞은 강남 세입자들

입력 2021-03-22 16:50 수정 2021-03-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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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전세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강동구에서 시작된 새 아파트 입주로 전셋값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 효과와 이사철 비수기가 맞물린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강동구서 시작된 전세시장 약세
고덕 자이 등 대단지 입주 시작…강동구 전셋값 내림세
강남ㆍ송파구 이어 위례신도시도 동반 하락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세 시세는 3주 내리 하락하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매주 0.1%가량 올랐지만 3월 들어선 지난주까지 0.09% 내렸다.

강동구에서 촉발된 전셋값 하락세는 인근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강동구와 인접한 강남구(-0.07%)와 송파구(-0.01%), 경기 위례신도시(-0.21%)에서도 전셋값 하락이 시작됐다. 한때 전셋값이 한 주에 0.20%까지 올랐던 서초구에서도 지난주엔 그 오름폭이 0.4%로 줄었다.

전셋값 하락 진앙으로는 강동구 상일동 일대 새 아파트 대거 입주가 꼽힌다. 올 들어 상일동에선 1824가구 규모의 '고덕 자이'와 943가구 규모의 '고덕강일 14단지'가 잇따라 입주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주변 지역 전셋값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를 낸다. 대규모 임대차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전셋값이 하방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강동구와 그 주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세 물건은 3개월 동안 1342건에서 1644건으로 22.5% 늘었다. 고덕 자이에서만 전세 물건 800건이 쏟아졌다.

새 아파트 입주에 이웃 단지 전셋값 하향 압력

이 같은 흐름은 주변 단지엔 부담이다. 고덕 자이와 길 하나를 두고 이웃한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에선 전용면적 84㎡형 전세 호가가 7억 원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말만 해도 이 아파트 같은 면적 전세를 구하려면 9억 원이 필요했다. 고덕강일 14단지와 200m 떨어진 경기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 동원로얄듀크'에서도 전용 84㎡형 전세 실거래가가 지난달 7억5000만 원에서 이달 6억7000만 원으로 내려갔다.

대단지 입주 시점에 맞춰 신학기 이사 수요가 끝났다는 점도 전셋값 하락 요인이다. 명문 학교와 학원가가 모인 '학군지'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맹모(孟母)들의 발걸음이 신학기가 시작하면서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연초 10억 원까지 치솟았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형 전셋값이 이달 들어선 7억 원으로 내려간 것도 공급은 늘어났는데 이를 뒷받침한 수요는 줄어든 탓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강남권에서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 데다 신학기 이사가 마무리되면서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최근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쌓이면서 관망세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전셋값 하락을 상승세가 둔화한 주택 매매시장과 연관 짓는다. 매매가격을 뒷받침하는 요인인 전셋값이 주춤하면 매매시장 역시 힘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격까지 함께 끌어올렸다.

재산세 고지서 날아오는 2분기부턴 전셋값 재상승 불안감
"강북 여전히 상승세…입주 물량도 점차 줄어 시장 변수"

다만 전셋값 하락이 지속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퍼질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당장 전셋값을 끌어내린 요인인 새 아파트 입주 물량부터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 1분기엔 1만1435가구에 달했지만 2분기엔 6096가구로 감소한다. 4분기엔 4919가구까지 줄어든다. 입주 효과만으로 서울 전세시장 전반을 안정시키기엔 힘이 달린다는 뜻이다. 새 아파트가 적은 금천구(0.23%)나 노원구(0.16%)에선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유세 부담도 전셋값 안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정부가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서울 아파트와 빌라 등 75만채에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여기에 6월까지 집을 처분하지 않은 다주택자에겐 종부세 중과세율이 올해보다 높아진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런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본다.

여 연구원은 "재산세와 종부세가 확정되는 6월부터 나오는 임대차 물건은 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전세보다는 월세 형태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 경우 전세 물건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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