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요양병원ㆍ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3일 시작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자 수가 적어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보류했는데 백신의 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를 바탕으로 고령자 접종을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전국 요양병원 1651곳의 입원환자와 종사자 총 20만5983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2∼24일 배송하면 각 요양병원은 백신을 받은 다음 날부터 2주 내에 자체적으로 1차 접종을 마칠 예정이다. 4010곳의 요양시설은 일주일 뒤인 30일부터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추진단은 접종에 앞서 요양병원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 동의 여부를 조사했는데 전날 기준 75.2%인 15만4989명이 접종에 동의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대상자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동의율은 76.9%로, 65세 미만 동의률 93.7%보다 낮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종사자들의 동의율은 90%를 웃돌았지만, 입원환자와 입소자 등의 동의율이 70%대를 보이며 평균이 낮아졌다.
이에 정은경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동의율에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과 병원에서 치료받는 65세 고령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국민이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숙 여사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6월 열릴 영국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에 대비하고자 접종에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백신이 79%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3만2000명 이상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65세 이상의 고령자 임상 참가자에게서는 80% 예방 효과를 보였고, 중증 질병과 입원, 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10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된 영국 임상에서 나온 예방 효과(62~90%) 결과보다 높은 수치다. 앞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미국 임상에서 각각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실험은 18세 이상 참가자 총 3만2449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0%는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또 미국 임상에서는 혈전 위험이 증가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소 한 번의 백신을 투여받은 2만1583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혈전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같은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순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후 일부 환자들에게 혈전이 나타나 논란이 됐고, 유럽 국가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생성 간 인과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계속 접종할 것을 권고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우리나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접종으로 인한 예방효과가 이같은 우려보다 크다는 판단 아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접종을 계획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