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첫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에게는 법리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불법 수집,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 혐의를 받는다.
심 전 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이 전 실장 등의 선고 공판은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11일로 연기된 뒤 다시 이날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 검토와 판결서 작성을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부 내에서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 전 실장 등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을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변호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수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도 각각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 관련 수사기록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역시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