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 외식ㆍ유통가, 경계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 열렸다

입력 2021-03-29 17:30 수정 2021-1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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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서 자장면 시키고 치킨집서 피자 주문…업계 소비 불황에 “상도덕 지킬 때 아냐”

▲파리바게뜨 HMR 퍼스트클래스 키친 '아시아 퀴진' (사진=SPC그룹)
▲파리바게뜨 HMR 퍼스트클래스 키친 '아시아 퀴진' (사진=SPC그룹)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최근 자체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인 ‘퍼스트 클래스 키친’의 새 라인으로 ‘아시안 퀴진’을 론칭하면서 대표 메뉴로 ‘정통 짜장면’을 내세웠다. 파스타·함박스테이크 등 기존 메뉴에서 품목을 확대한 것으로, 앞으로 태국·인도요리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퍼스트클래스 키친’은 비조리 HMR로 매장에서 구입하거나 배달 주문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커지는 홈푸드 시장에 맞춰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다양화한 것이 기본 취지지만 매장에서 HMR 제품을 골라 데워달라고 하면 매장 내 식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빙수 프랜차이즈 전문점 설빙은 지난해 11월부터는 정통 짜장과 매콤눈꽃볶음밥, 로제스파게티 베이컨크림스파게티 등을 매장 및 배달 메뉴로 추가했다. 작년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첫 케이크 제품인 ‘와르르생딸기 케이크’를 내놨는데 판매 열흘만에 초도 물량 절반 이상이 팔려나갔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치킨은 2019년 ‘굽네피자’ 3종을 선보이며 7개월 만에 23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5월부터는 베이커리에도 진출해 ‘바게트볼갈릭크림’을 첫선을 보였는데 제과점 수준의 품질에 2030 여성 고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올해 1월에만 100만 개 이상 팔리는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편의점들도 치킨과 원두커피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전국에 각각 1만4000여 점포를 운영 중인 CU와 GS25는 5000~6500여점이 치킨을, 1만1000~1만3000여점이 원두커피를 취급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유통 시장에 ‘빅 블러(Big Blur)’ 바람이 거세다.

빅블러는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서비스간 경계융화를 중심으로 산업ㆍ업종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처음 제시됐다.

실제로 베이커리, 치킨전문점, 빙수전문점, 편의점 등 이름 그대로 경계가 명확했던 업종들이 최근에는 상품과 서비스 영역을 구분짓기 어려워졌다. 깊어가는 불황에 생존을 위한 유통가의 몸부림은 빅블러 시대를 한층 더 앞당기고 있다.

사업 다각화도 눈에 띈다. bhc는 작년 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족발상회’ 1호점을 열며 족발 브랜드를 론칭했다. 여기에서는 ‘마초족발’, ‘뿌링족발‘, ’매운족발‘ 등의 메뉴뿐 아니라 어탕 칼국수를 비롯해 소고기국밥, 육개장, 뼈 해장국, 돼지고기 김치찜 등 국밥류도 판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도 지난해 7월부터 닭가슴살 브랜드 허닭과 손잡고 HMR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을 인수한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은 "1개 점포에서 치킨(페리카나)과 피자(미스터피자)를 모두 즐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식ㆍ유통가의 빅블러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불황을 지목한다. 업황이 좋을 때는 각 업체들이 업종간의 경계를 내세우며 이른바 ‘상도덕’을 지켰지만, 불황에는 이것 저것 따질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가맹점이 포화상태임에도 불구,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출시되며 난립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438개였던 치킨 브랜드는 2019년 477개로 늘었고, 피자는 129개에서 156개로 20.9% 확대됐다. 전체 외식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외식 브랜드 수만 무려 12.8%가 늘었다.

전체 가맹점 수도 늘며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2019년 기준 2만5471개로 1.1%, 피자는 6698개로 4.7% 증가하며 전체 외식업은 1년 만에 5.3% 뛰었다. 편의점 가맹점 수도 4만5555점으로 6.7% 늘었다.

경쟁 점포가 늘어나니 가맹점주의 수익이 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편의점의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18년 5억7100만 원에서 2019년 5억6500만 원으로 1.1% 떨어졌다. 제과·제빵은 4억4600만 원에서 4억4000만 원으로 1.3% 내렸다. 다만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이 안착되며 전성기를 맞은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평균 매출은 11.9% 올랐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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